[비즈한국]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이 신입 조종사 훈련을 계속해 그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장남인 한 아무개 씨가 올해 초 신입조종사 인턴으로 취업하면서 훈련이 재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신입 조종사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상 교육을 뜻하는 그라운드 스쿨과 기본 시뮬레이터 교육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 항공경험을 쌓는 ‘실무교육훈련’인 OE(Operation Experience) 또한 15%가량 실시했다. 실무교육훈련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휴직 정책을 시행하는 와중에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올해 초 한창수 사장의 장남이 아시아나항공 신입조종사 부기장 운항직 인턴으로 취업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사내외로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아시아나 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며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A 씨는 “기존 기장과 부기장들은 유·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는데, 신입 조종사 양성을 위한 교육 비행은 계속 진행한다. 그 배경에 올해 교육을 시작한 한 사장 장남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사장 아들이 선발된 건 2019년 12월이고 해당 차반(기수) 출근은 올해 초 시작했다. 공교롭게 그 앞 두 차반이 3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기발령 중인데, 사장 아들이 포함된 차반이 출근을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교육이 재개됐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이런 소문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지금 진행되는 건 대부분 이론교육 위주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회사는 코로나로 인해 기장승격, 기종전환이 중단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종사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조종사 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외국인 기장 계약해지가 발생한 영향 등도 고려해, 향후 안정적인 조종사 수급과 채용을 위해 교육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아직 모니터링만 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이 시기에 무리해서 신입 조종사 훈련을 진행하는 게 맞냐는 불만이 조종사들 내부에서 나왔고, 이를 노사협의 과정에 전달했다. 다만 아직 사장 장남이 포함된 차반은 지상교육 중이고, 해당 차반의 실무교육훈련 일정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전체적인 교육과정 자체가 늘어지고 있다. 빨라도 올해 10월이 돼야 이 차반이 실무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가 언제 정상화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회사가 사장 아들이 포함된 차반의 교육을 무리하게 끌고 가면 노조도 움직일 명분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신입조종사 양성 과정을 중단했다. 추후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이미 비행교육이 시작된 차반에서는 교육을 진행했지만, 채용이 된 상태에서 기종 배정 전 단계인 차반은 대기발령 상태다. 다음 달부터 재개하는 교육도 우선적으로 부기장 이상 단계부터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항공사 규모가 크다 보니 조종사 인원도 우리보다 여유 있게 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은 인원을 많이 굴리고 대한항공은 많은 인원을 적게 굴린다. IMF나 금융위기 때도 대한항공은 모든 훈련을 중단했다가 다시 정상화됐을 때 훈련을 재개했다. 그래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이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그 정도 인원이 아니다. 사측에서 ‘조종사는 교육 기간이 길기 때문에 완전히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무리한 교육에 따른 안전 문제도 지적된다. 앞서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A 씨는 “OE 훈련의 목적은 신입 부기장에게 다양한 실무 경험을 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은 갈 공항이 없어 국내선 위주로 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OE 훈련이 끝난 뒤에는 부기장 임명 후 무급·유급 휴직에 들어갈텐데, 이 경험으로 국제선 생지공항(정규·비정규 취항 공항이 아닌 공항)에 가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생지공항에는 신입 기장과 신입 부기장이 투입되고 있지 않다. 지금 양성되는 기장과 부기장이 신규공항 임무 시에는 사전 경험이 있는 교관과의 훈련 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등의 문제로 아시아나항공이 힘든 상황인데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비행기 편수 자체가 줄었는데 여러 문제를 인지하고도 교육을 진행하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아들 두 명을 모두 아시아나항공 직원으로 채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사장의 장남은 올해 초 신입조종사 부기장 운항직 인턴으로 채용됐다. 당시 한 씨를 채용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이 채용 일정을 두 달가량 앞당겼으며 면접 과정에 한 사장이 면접관으로 참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사장의 차남 또한 2017년부터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재팀일반관리직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올해 초 사내외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자 아시아나항공 측은 아들 두 명 모두 해당 직무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채용 계획에 맞춰 진행됐으며, 조종사 면접은 전문지식 중심으로 체크하므로 사장이 면접관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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