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성분 세포가 변경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A 씨가 백혈병 판정을 받고 지난 3월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 환자는 71년생(만 49세) 남성으로 법무법인 오킴스를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환자 중 가장 젊다. 유족은 평소 지병이 없었고 성분이 변경된 인보사의 암 유발 가능성으로 받은 스트레스가 백혈병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2017~2018년경 서울의 B 병원에서 양쪽 무릎에 인보사를 투약했다. 투약 횟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인보사 투약 비용으로 1645만 원을 지불했다. 인보사 투약 전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다 무릎 연골이 성치 않았던 게 발단이었다.
이후 지난해 3월 인보사 주성분 중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지고 신장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A 씨는 주변에 불안감을 털어놨다고 한다. 유족은 “암 유발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들이 ‘암에 걸리면 어쩌나’ 하고 가족을 포함해 친구들에게 걱정을 많이 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A 씨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건 지난 1월이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1월 30일 아침에 몸살 기운이 있어 부천에 위치한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 증세가 의심돼 대형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다음날인 31일 A 씨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적합한 병상이 없어 입원을 미뤄오다 다음 달인 2월 3일 입원을 했고 2월 14일부터 무균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했다.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합병증이 발병한 것이다. 3월 7일 저녁부터 A 씨는 자가 호흡을 하지 못했고 결국 같은 달 10일 A 씨는 사망했다.
유족은 “무릎이 안 좋은 걸 제외하고는 평소 건강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수영과 자전거 사이클을 타며 무릎이 안 좋은 점 하나를 극복해보려 했는데 갑자기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렇게 됐다”고 울먹였다. 다만 유족은 코오롱생명과학이나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일개 개인이 큰 회사를 상대로 문제를 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A 씨의 급성 백혈병 진단 그리고 사망과 인보사와의 인과관계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5월 비즈한국이 입수한 의학전문가 자문 단체 케이뮤는 신장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자문서에 등장하는 논문 ‘체외에서 배양된 인간배아신장의 종양유전성 다양화 293세포’에 따르면, 실험 대상인 쥐에게 특정 조건의 신장세포를 주입한 후 5주 경과 관찰 만에 100% 발현율로 종양의 생성이 확인됐다. A 씨가 진단받은 급성 백혈병은 혈액암으로 분류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해 대책으로 내놓은 장기추적조사의 진행 상황에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유족은 “제약회사에서 병원을 찾아와 상태를 살핀다든가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식약처와 코오롱 측이 약속한 장기추적조사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환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건강상 위해 여부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구속여부는 30일 중 나올 예정이다.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은 이날 영장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참석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인보사는 허가 당시와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판매 중지됐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세포변경 사실을 알고도 인보사 허가를 받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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