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로봇청소기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지 20년이 지났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21세기를 맞이한 2001년 야심차게 내놓은 트릴로바이트는 인류의 청소 노동을 끝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 초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가격이 비싸고 청소 성능도 떨어지며 길 찾기 능력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신기하지만 멍청한 발명품은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 빛을 발했다. 일부 부유층의 혼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2003년 한국 출시 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국의 LG전자, 삼성전자, 유진 로봇 등이 로봇청소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미국의 룸바 등도 로봇청소기를 내놓으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로봇청소기가 가장 잘 팔리는 국가가 되기도 했다. 이유는 있다. 아파트 주거공간이 많은 한국은 계단과 카페트가 많은 해외의 주거공간에 비해 로봇청소기의 청소효율이 그럭저럭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주거공간을 가진 나라가 또 있다.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 역시 로봇청소기가 꽤 인기가 좋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회사는 에코백스와 로보락이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은 중국의 에코백스가 출시한 디봇 오즈모 T8 AIVI라는 제품이다. 에코백스 로보틱스는 1998년 설립된 이후로 가정용 로봇이나 청소기 등을 주로 만드는 회사다. 창문 닦기 로봇청소기나 공기가 나쁜 곳을 스스로 이동해 공기를 정화하는 로봇 공기청정기 등을 만들기도 했다. T8 AIVI는 에코백스 로봇청소기 중에 가장 비싸고 많은 기능을 담은 제품이다.
디자인은 검은색이다. 상단에는 버튼이 하나만 있고 리모컨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조작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지름은 35cm로 표준적인 크기고 두께는 10cm가 채 안된다. 표준적인 로봇청소기의 크기다. 이 로봇청소기는 dToF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맵핑을 한다. 일반적인 로봇청소기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인 LDS센서를 쓰는데 비해 dToF는 드론이나 자율 주행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고급 거리 측정기다. 장애물을 인식하는 거리가 더 길고 스캔 속도도 LDS센서에 비해 3배 더 빠르다.
앞쪽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장애물의 종류를 파악한다. 일반적인 로봇청소기는 장애물이 있어도 이게 고정된 장애물인지, 아니면 치울 수 있는 장애물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비해 T8 AIVI는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인식해 치울 수 있는 장애물과 고정 장애물을 구분해 지도상에 표시한다. 다만 카메라의 특성상 어두운 곳에서는 사물을 잘 분간하지 못한다. 낮에 청소를 시켜야 한다.
카메라가 달려 있으니 이를 이용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모니터도 할 수 있다. 집에 애완견이 있다면 회사에서도 애완견에게 말을 걸거나 놀아줄 수 있다. 목소리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자들이 싫어할 옵션이다. 다만 집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사용자가 들을 수는 없다. 로봇청소기에 마이크가 없기 때문이고 보안 이슈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안의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는 없다. 그냥 일방적인 명령만 가능하다.
직접 맵핑을 해보니 실내화나 멀티탭, 케이블 등을 잘 인식해서 잘 피해 다닌다. 다만 낮이라도 소파 밑이나 어두운 곳에 있는 물체는 잘 피하지 못하고 끌고 다닌다. 그래도 다른 청소기에 비해 맵핑이 정확하고 청소 효율도 높은 편이다. 청소 실력은 흡입 청소는 만족스럽다. 흡입력은 최대 1500 파스칼로 스펙 상 높지는 않지만 먼지 흡입구를 좁게 만들고 바람이 다른 쪽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구조를 잘 설계해서 실제 청소를 해 보면 마루바닥 틈사이나 구석의 먼지까지 잘 빨아들이는 편이다.
가장 큰 장점은 물걸레 청소다. 일반적인 물걸레 로봇청소기들은 단순히 걸레를 로봇청소기 바닥에 붙여 끌고 다니는 수준이다. 하지만 T8 AIVI는 물걸레 모듈에 모터를 달아 1분에 480회씩 움직이며 바닥을 닦아낸다. 사람이 힘을 주는 압력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더 깨끗한 바닥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탱크 용량은 240ml로 50~60평이 넘는 공간의 청소가 가능하도록 넉넉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상황에 따른 청소 알고리즘이다. 만약 물걸레가 부착돼 있을 경우는 카페트를 인식해 카페트 위로 로봇청소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카페트가 물에 젖으면 안 되니까. 반대로 물걸레가 없을 경우는 카페트를 인식해 흡입력을 높여준다. 미리 청소구역을 설정하거나 옵션에서 정해주지 않아도 되므로 무척 편리하다.
물론 현재의 로봇청소기의 청소실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봇은 아무리 청소를 시켜도 불평이 없고 사람이 하는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아도 반복청소가 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더 깨끗한 집안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쓰면 더 안 쓸 수 없는’ 로봇청소기의 매력이다.
간혹 청소마저 로봇이 하면 인간이 할 일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노동은 로봇이 하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술은 원래 그렇게 활용하는 거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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