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법인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제동을 걸면서 연예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매매하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빈틈을 활용해온 이들은 직격타를 맞게 됐다. 정부는 이번 6·17 대책을 통해 특히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MBC 인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 씨의 자택이 꼽힌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 주택은 유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유컴퍼니유한회사 소유다. 지하 1층이 147.15㎡(44.51평), 1층이 96.54㎡(29.20평), 2층 92.18㎡(27.88평), 3층 82.39㎡(24.92평)인 단독주택으로, 방송 후 넓은 공간과 세련된 인테리어·계단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유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유컴퍼니유한회사는 2016년 2월 29일 이 집을 58억 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며칠 뒤인 3월 7일, 채권최고액 36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올해 6월 3일에도 같은 조건으로 채권최고액 4억 6700만 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유컴퍼니유한회사는 법인 등기부등본상 매니지먼트·홍보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본점 소재지는 유아인 씨가 2013년 8월, 5억 8000여만 원에 매입한 대구시 수성구 상동 ‘수성동일하이빌레이크시티’ 한 호실로 등재돼 있다.
배우 조인성 씨도 법인을 통해 현재 거주 중인 집을 매입한 걸로 알려졌다. 제트아이에스는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4층 아파트(133.29㎡, 40.32평)를 44억 3800만 원에 매입했다. 제트아이에스는 배우 조인성 씨 부친이 대표이사로, 조인성 씨 본인이 사내이사로 등록된 매니지먼트사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법인을 통해 실거주용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건물을 매입해 월세수익·시세차익을 보는 사례는 많다. 배우 한효주 씨는 아버지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법인 ‘HYO’를 통해 서울 성수동·한남동·갈현동 등의 건물을 사고팔며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배우 권상우 씨 또한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KGB필름’을 통해 강서구 등촌동 건물을 매입했으며, 배우 송승헌 씨도 가족 명의의 회사 ‘스톰에스컴퍼니’를 통해 관철동 등의 빌딩을 매입했다. 모두 법인을 통해 건물을 매매하면서 ‘절세’한 사례로 소개된다.
하지만 정부는 법인의 주택 매수가 단기 매매 등을 통한 투기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6·17 대책을 발표하며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배경이다.
주요 내용은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 △법인이 보유한 주택 종부세율 인상 △법인 보유 주택 종부세 공제 폐지 △법인의 조정대상지역 내 신규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과세 △법인이 보유한 주택 양도 시 추가세율 인상 △법인 대상 실거래 특별조사 △법인 거래 조사 강화 등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인 보유 주택은 개인에 대한 세율 중 최고세율을 단일세율(2주택은 연 3%, 3주택 이상은 연 4%)로 적용하게 된다. 다주택자가 법인을 활용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 공제액도 확대된다.
대출도 막힌다. 주택매매업, 임대업 대출의 경우 시설자금뿐만 아니라 운전자금용으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택이나 비사업용토지를 매각할 때 추가로 과세하는 10%의 법인세는 20%까지 오른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그동안은 법인이 부동산을 매매해서 소유하는 걸 투기로 보지 않았다. 절세 측면에서 도움이 되다 보니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례가 연예인·일반인 구분 없이 많았다. 이번 대책은 이 절세 방법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법인에 대한 과세 강화로) 기존에 부동산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더욱 팔지 않으려 할 것이다. 갭투자를 한 곳은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에 파는 순간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큰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법인의 경우 기존에 보유세·취득세·양도세를 감면해 주던 걸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소득세는 여전히 법인이 개인보다 싸기 때문에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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