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아동용품 박람회인 이른바 ‘베이비페어’가 여러 차례 연기되면서 업계에 위약금 문제가 불거졌다. 참가사 관계자들은 환불 규정이 주최 측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중이다. 그러나 관련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유아용품 전문 판매업체 A 회사는 올해 1월 B 사가 주최하는 베이비페어에 참가하기로 계약을 맺고 계약금 약 5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월 개최할 예정이던 페어는 세 차례 연기된 끝에 6월 개최가 확정됐다. A 사는 다른 베이비페어와 일정이 겹치면서 다른 행사에 참가하고 B 사의 행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개최 1개월 전인 지난 5월 A 사는 이런 내용을 B 사에 알리고 환불을 요청했으나 B 사는 “규정 상 참가비의 8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A 사는 현재 B 사의 환불 규정이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위배된다고 항변한다. 즉 참가 규정이 불공정 약관이라는 주장이다. 약관법 제5조와 제9조에 따르면 계약 해지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를 타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과중하게 부담할 경우 해당 약관은 무효이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A 사 관계자는 “부스 배치도, 광고 일정 등 행사의 구체적인 기획안이 개최 2~3주 전에 공지된다. 그런데 참가사는 구체적인 계획을 듣지 못한 3개월 전에 행사를 취소해도 계약금의 5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며 하소연했다.
실제로 B 주관사 행사의 참가 규정을 살펴보면 참가사(전시자)가 계약 체결 후 참가를 취소할 경우 취소 시기에 따라 해약금액을 주최사에 지불해야 한다. 전시개최일 90일 이전 취소는 참가비의 50%, 30일 전부터 90일까지는 참가비의 80%, 전시개최일 30일 전 취소는 참가비 전액이 해약금액으로 책정됐다. 규정대로라면 A 사는 B 사에 해약금으로 400만 원을 내야 한다.
B 주관사는 “구체적인 기획안은 2개월 전부터 나오지만 대관부터 시작해서 투자사 유치 등 준비 기간이 넉넉히 필요하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계약을 취소하는 참가사들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계속해서 사업을 같이해야 하는 협력 관계이기에 해약금 이월이라든지 금액 조정 등 참가사에 배려를 많이 해준 편”이라며 “내부 규정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편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규정을 검토하는 자리를 마련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른 베이비페어도 규정은 비슷하다. 2개월 전부터 참가비의 30%를 박람회 해약금으로 받는 주최사가 있었고, 1개월 전부터 참가비 50%를 해약금으로 받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참가사 대표 C 씨는 “우리도 참가 규정을 잘 살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업계는 참가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규정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순간 박람회에 참가할 수 없다. 어떻게든 박람회에 참가해야 하기에 참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박람회가 겹치면서 참가사들이 행사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 같은 문제가 터진 것 같다. 공정위 차원에서 나서서 대대적으로 박람회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규정이 참가사들을 옥죄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공정위에 확인한 결과 박람회 위약금 분쟁과 관련해서는 아직 해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비슷한 업종으로 평가받는 예식업이나 공연업에서는 관련 기준이 마련돼 있는 것과 비교된다. 앞으로도 박람회에서 이 같은 분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보통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에 관련한 기준이다. 박람회 같은 경우 주최사와 참가사 모두 기업에 해당하기에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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