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은행이 지난 2019년 차별 논란이 불거진 행원B 직급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해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점진적 승진을 통해 해소하기로 합의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승진시험 합격률이 크게 낮아진 것. 여성 98%로 구성된 행원B는 한 단계 윗 직급인 행원A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임금·복지 수준은 절반에 불과하다. 하나은행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선의지가 요원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현재 하나은행의 직급 체계는 행원B→행원A→책임자→관리자 순으로 이뤄져 있다. 행원B 직급차별 논란은 2015년 9월 하나은행이 KEB외환은행과 통합할 당시 처음 불거졌다. 행원B와 행원A의 업무 영역 구분이 모호한데 연봉이 절반에 불과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후 2019년 노사 양측은 진통 끝 협상을 통해 행원B의 행원A 승진 제도에 대해 합의했다. 행원B 직원이 근속연수 5년, 자격증 취득, 은행 연수과정 이수 등의 일정 자격을 충족하면 3년 이내 행원A로 승진을 시켜주는 것이 골자다.
행원B는 두 회사가 통합하기 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이후 행원B로 전환된 인원이 다수다. 현재 행원B는 특성화고나 보훈 전형을 통해 소수 채용한다. 행원A는 대졸 공채를 통해 선발한다. 다른 은행에서도 행원B와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하나은행과 업무 분장이 다르다. 가령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의 경우 행원B에 해당하는 직급과 행원A에 해당하는 직급 사이의 업무 분장이 비교적 명확하다.
하나은행의 행원A와 행원B에도 업무 규정상 차이가 있긴 하다. 행원B는 여신 업무에서 제외되는 것.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원A와 같은 창구에서 일하는 행원B가 여신 상담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합의 당시 행원B 직급은 성차별적 요소가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행원B 직군의 98% 이상이 여성인 것. 이 때문에 성차별적 요소가 짙은 행원B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합의 당시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채용에서 남녀 비율 4:1로 정해두고 선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져 아직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행원B의 승진제도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논란은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진급 대상자 가운데 진급에 성공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승진 시험 난이도가 높아 대부분 대상자가 기준 점수를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진급 시험 대상자들은 수신, 여신, 외국환 등 3개 과목을 봐야 하는데, 통합제도 시행 첫해인 2019년에는 비교적 난이도가 평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목별로 최소 16%에서 46.9%까지 합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치러진 시험에서는 합격률이 6~13%까지 낮아지면서 사측이 행원B 승진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난이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2019년 1월 합의 이후 승진 대상자에 대해 3년 이내 진급을 약속했는데도 승진 시험 난이도를 올려 합격률을 낮추는 것은 사실상 행원B 직원의 진급을 막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행원B가 행원 A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업무 능력이 있는지 시험을 통해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면서 “일정 근속 연차가 쌓여 당연하게 진급을 시켜주는 것은 일반 사기업에는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노조 측 또한 “IMF 이전에 대졸 출신 계약직이 있었는데 이들은 행원B 승진 시험과 같은 검증 없이 정규직 전환이 됐다”면서 “이미 (행원A와 같은 업무로) 현장에서 검증을 받았는데 시험으로 또 다시 검증하겠다는 것은 (행원B 직원을 승진시키지 않겠다는) 구차한 변명”이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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