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던 2020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 대한민국은 또 다시 새로운 안보 환경의 변화에 직면했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코로나 19로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협박과 비난, 급기야는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한 언론에서 이번 달 초 북한 장사정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속칭 ‘아이언돔(Iron Dome)’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아이언돔 시스템을 가끔 MD(Missile Defence) 무기로 오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이언돔은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무기라고 할 수 있다. C-RAM은 21세기 들어 처음 생겨난 무기 개념으로, 미국 등 강대국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대규모 교전이 없는 대신 저항세력들이 포나 로켓을 한두 발씩 쏘고 도망가는 게릴라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이언돔의 개발국가인 이스라엘 역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과 헤즈볼라 등 각종 로켓 공격으로 큰 피해를 받았다. C-RAM 무기인 아이언돔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만들어진 그 어떤 C-RAM보다도 방어 면적이 넓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쟁 제품들이 일종의 대공 기관포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미사일을 사용하기 때문으로, 수십 km 범위의 로켓과 포탄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아이언돔의 방어 영역은 C-RAM 장비 중 가장 넓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성능이 좋으니 무조건 아이언돔을 수입하는 것이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아이언돔 세일즈를 계속해 왔지만, 우리 군과 국방부는 지금까지는 아이언돔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7월 이스라엘 대통령 루벤 리블린(Reuven Rivlin)은 한국에 방한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종의 ‘무기 세일즈 외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스라엘이 가장 판매에 역점을 둔 제품이 바로 아이언돔이었던 것으로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진행되기 전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미 ‘장사정포 요격체계 무기화에 관한 연구’ 등으로 한국형 아이언돔을 직접 개발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당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판매 시도가 좌절되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아이언돔 수입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다.
언론에서는 한국형 아이언돔 국내 개발에서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수입으로 방향이 바뀐 이유로 국내 개발을 하기 위해 오랜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명 ‘한국형 아이언돔’을 개발 완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초 연구 말고 본격적인 체계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2025년 이후에나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처럼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은 너무 시간이 소요되니 이스라엘에서 아이언돔을 즉각 수입하는 것이 무조건 옳을까. 한국형 아이언돔에 대한 개발을 좀 더 고려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이미 아이언돔은 2017년 중반에 도입 필요성을 연구했다가 도입하지 않기로 해서 이미 한 차례 논의를 거친 사안이라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한국형 아이언돔이 연구가 시작된 것 자체가 아이언돔의 수입보다는 국내 개발이 더 적절한 것으로 한 차례 결론이 났다.
두 번째로 아이언돔이 비록 실전에선 증명되었지만, 이스라엘과 환경이 너무 달라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유용할지에 대한 확실한 자료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쏘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대규모 군대가 아닌 민병대다. 조악하게 만든 단발 로켓 혹은 다연장 로켓포를 1발씩 잘라다가 쏘고 도망치는 등 소규모 공격을 진행했다. 이와 달리 북한의 경우 300여 문의 방사포 및 장사정포가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어 1시간에 단 3발의 로켓이나 대포를 쏴도 1000발을 막아야 하고, 첫 1분 동안에는 300발에서 600발의 로켓과 포탄이 서울과 경기도를 노릴 수 있다. 아이언돔이 실전을 치른 조건과 한국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한국형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뛰어난 성능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한 번에 수백 기의 포탄과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서 MD(미사일 방어)용 L-SAM 장거리 대공 유도무기에 버금가는 레이더로 넓은 범위의 표적을 탐지하고, 여러 발사 포대에 빠르게 표적의 위치를 공유하고 동시에 수 백기의 요격탄을 운용할 수 있는 지휘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 ADD가 연구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 시스템이다.
ADD는 철매-2, 철매-2 PIP의 개발 완료와 현재 개발 중인 L-SAM 장거리 대공 유도무기의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아이언돔보다 더 뛰어난 장비를 목표로 하다 보니 개발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아이언돔보다 비싸질 가능성이 큰 것이 걸림돌이다.
비용 문제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방과학 기술력으로 이스라엘이 10년 전에 만든 아이언돔보다 뛰어난 성능의 요격 무기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흉내 내기 어려운 아이언돔의 진짜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 타미르(Tamir)의 가격은 2017년 기준 7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산 미사일 중 가장 저렴한 미사일이라 할 수 있는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 발당 1억 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따라서 국방부와 방사청, ADD가 한국형 아이언돔에 대한 본격 개발을 추진한다면 몇 가지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진화적 개발방안이다. 포탄과 다연장 로켓은 그 속도와 크기가 매우 다른데, 우선은 비교적 큰 표적인 다연장 로켓을 추적하고 요격할 수 있는 요격탄을 만들고, 기술이 성숙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더 작고 빠른 표적을 요격할 수 있도록 요격탄과 레이더의 성능을 점차로 향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에 너무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제안할 만한 내용은 여러 목적의 무기와 레이더의 ‘공통 플랫폼’으로 한국형 아이언돔을 사용하고, 기존 무기체계나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장사정포를 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은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X)의 AESA 레이더 하드웨어를 활용하여 비용과 위험을 줄이고, 요격탄도 대 화력전 용도뿐만이 아니라 파생형 개발을 통해 공대지, 공대공, 함대공, 지대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확장하여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제안해 볼 만 하다.
포탄과 로켓을 요격하기 위한 요격탄의 탐색기와 로켓 모터를 활용해서 전차, 지상 표적, 근접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이를 사용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안보 환경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무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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