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 자본이 지배하는 오비맥주(OB맥주)가 지난 5월부터 프로야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를 동원한 광고·마케팅 활용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의 OB맥주는 OB 베어스 구단을 운영한 적도 없고 국내 자본의 지분도 전혀 없는 상태다. 토종자본이자 국내 최초의 재벌그룹으로 꼽히는 두산그룹이 운영했던 OB 베어스를 활용한 OB맥주의 최근 마케팅 방식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OB맥주는 최근 광고에서 과거 OB 베어스 시절 엠블럼인 동글동글하고 야구모자를 쓴 귀여운 곰과 똑같은 모습의 곰을 등장시켰다. 과거 두산그룹 산하 OB 베어스 시절에 이름도 없던 이 엠블럼에 OB맥주는 ‘랄라베어’라고 명명했다. OB맥주는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이나 호프집 외부에 커다란 맥주잔을 든 랄라베어 엠블럼을 붙이거나 이 엠블럼을 새긴 맥주잔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4년 전에도 OB맥주는 OB 베어스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OB맥주는 2015년 일본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을 이끈 ‘도쿄대첩’의 주역 김인식 감독을 2016년 2월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OB 베어스의 마지막 감독이었다. 이 광고에서 OB맥주는 OB 베어스 시절 엠블럼 등을 활용했다.
OB맥주는 과거 두산그룹의 계열사였다. 해방 후 쇼와기린맥주의 주주였던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자는 이 회사를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에게 맡겼고 박 회장은 회사 상호를 동양맥주, 상표명을 OB맥주로 바꿨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두산그룹은 계열사 중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OB맥주의 이름을 딴 OB 베어스를 창단해 원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로 인해 두산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내수, 소비재 위주 기업을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OB맥주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결국 두산그룹은 1998년 OB맥주 법인 상호를 (주)두산으로 변경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OB맥주 매각에 나섰다. 두산그룹은 OB맥주를 벨기에의 맥주회사 인터브루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렇게 OB맥주는 1998년 9월 1일 두산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그리고 1999년 시즌부터 OB 베어스는 ‘두산 베어스’로 팀 이름을 변경해 프로야구 시즌에 참여했다.
OB맥주를 인수한 인터브루는 이후 브라질의 암베브와 합병해 인베브가 되고, 다시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와 합병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됐다. 따라서 AB인베브는 OB 베어스를 운영한 적이 없지만 OB 베어스 엠블럼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AB인베브는 두산그룹에게 OB 베어스 엠블럼 등 사용료를 일절 지급하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OB맥주를 매각하면서 상표에 대한 권한까지 모두 인수자에게 넘어갔다”며 “계열사인 두산 베어스 구단이 사용하는 엠블럼 이름은 ‘철웅’으로 과거 OB 베어스 시절 쓰던 엠블럼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OB맥주가 사용하는 엠블럼인 랄라베어는 두산그룹이 1980년 11월 ‘오비베어’라는 상호로 호프집 프랜차이즈를 개설할 때 사용했던 엠블럼과 형상이 같다. 이 엠블럼을 OB 베어스 구단이 사용한 것이다.
OB맥주 관계자는 “OB 베어스 엠블럼 등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 최근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열풍에 프로야구 팬들에게 아련한 추억의 대상인 OB 베어스를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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