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것은 쓰레기다(This is Trash)’. 나이키는 지난 12일 이런 홍보문구를 내걸고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ie)’ 제품을 출시했다. 원료에는 공장 폐기물, 소비재 폐기물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가 25% 이상 포함됐다. 스페이스 히피 제품은 한정판으로 발매되어 스니커즈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마니아들은 현재 한정판 신발 거래사이트에서 20만 원 이상의 웃돈을 얹어가며 스페이스 히피 신발을 구매하는 상황이다.
스페이스 히피 시리즈는 남성용 3종류, 여성용 2종류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대는 15만 9000원~21만 9000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신발은 스페이스 히피 3번으로 리셀(re-sell, 재판매)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신발 사이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국내 최대 한정판 신발거래 앱 ‘크림(Kream)’에는 280mm 사이즈가 46만 원에 올라와 있다. 스페이스 히피 3번의 출고가는 21만 9000원이다.
신발 리셀을 전문으로 하는 A 씨는 “국내에 나온 한정판 신발은 중국 업체에서 매수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 스페이스 히피의 경우 중국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더 높은데, 프리미엄이 20만 원 이상 붙은 신발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히피 1번과 2번 역시 인기는 다소 떨어지지만 사이즈별로 5만~15만 원의 웃돈을 줘야 구매할 수 있다. 스페이스 히피를 리셀로 구매하려는 B 씨는 “재활용 소재라 내구성 문제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신발 커뮤니티 사이트에 튼튼하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와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풍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신발 수집이 취미인 C 씨는 “신발 리셀 시장이 과열된 것 같다. 신발이 발매되기까지의 과정과 의미를 알아야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정판으로 발매되면서 재판매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 당초 친환경의 의미가 리셀 시장에서 묻힌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나이키 관계자는 “한정판으로 발매한 이유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리셀시장이 과열된 부분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이키의 ‘지속 가능성’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뉴욕에서 열린 나이키 2020 포럼(Nike 2020 Forum)에 따르면 스페이스 히피 원료는 나이키 생산 공장의 폐자재, 소비재 폐기물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가 25% 이상 차지한다. ‘스페이스정크(우주 쓰레기)’는 나이키 생산 공장 직원들이 폐자재를 부르는 애칭으로 우주에서 나온 쓰레기는 아니다.
스페이스 히피 언박싱(Unboxing) 등 후기 글에서는 이 같은 스페이스정크의 본뜻을 알지 못하고 ‘우주 쓰레기 신발’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여러 신발 커뮤니티에서 ‘스페이스 히피가 우주 쓰레기로 만든 신발이라 한정판으로 적은 수량만 나왔다’는 오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리셀시장의 구매자와 판매자는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로 SNS 등에서 한정판 제품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한정판이 효과적이긴 하지만, 소비자도 한정판 제품 자체만 중요하게 여길 게 아니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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