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동양화’는 우리 그림을 일컫는 말이다. 먹이나 물감, 붓과 종이를 재료로 하는 전통 회화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려온 것이니 우리 그림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묵화나 채색화처럼 재료에 의해 부르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동양화라 칭한다.
동양화 하면 고리타분하고 어딘가 촌스러우며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골동품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미술계에서 서양화보다 역사가 훨씬 길지만 그 그림이 그 그림 같아 변화를 찾기 어려워 지루하게 느끼기 일쑤다.
이처럼 동양화로 부르는 회화 양식은 중국 당나라 시대 정립됐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국화(나라 그림)’라고 말한다. 이런 회화 양식을 언제 우리가 받아들였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현재 전해오는 바로는 고려 말의 그림부터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 이르러 정선 같은 걸출한 화가가 나타나면서 독자적인 우리 그림으로 발전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동양화라는 말이 없었다. 재료에 따라 ‘수묵’ ‘채색’으로, 그림 주제에 의해 ‘산수’ ‘영모’ ‘화훼’ 등으로 불렀다.
우리와 중국으로부터 이 양식을 받아들인 일본은 통속적인 주제를 독창적인 양식으로 담은 자기네 스타일의 회화를 만들었다. 이를 ‘일본화’라 부르는데 19세기 인상주의 회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동양화는 국적이 불분명한 아시아 전체의 그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용어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중국의 그림과 확실히 구별되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반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그래서 ‘한국화’라는 말을 내세워 우리 그림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났다. 재료와 표현의 다양화가 전통회화에서 시도됐다. 그런데 서양 옷으로 갈아입는 수준에 그쳐버렸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수묵의 방법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움직임에서 진정한 우리 그림의 가능성이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눈에 띄는 작가가 김종규다.
그는 전통적 재료인 먹과 비단, 종이에 수묵 기법으로 새로운 감각의 회화를 보여준다. 양식으로 따지자면 전통 수묵화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수묵산수화의 느낌을 조금도 찾을 수가 없다.
그의 회화를 보면 단색 톤의 정밀한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나무나 숲, 강이나 호수를 주 소재로 삼고 있어 시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섬세한 필치로 사실감을 살린 새로운 수묵산수화다.
김종규는 전통 정신을 이 시대감각으로 우려내겠다는 생각으로 극사실적 수묵화에 도전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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