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00년 전의 배에는 있지만 오늘날의 배에는 없는 게 무엇일까? 바로 돛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우주선에는 없지만 100년 뒤의 우주선에 있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답은 같다. 바로 돛이다. 운송 수단의 발달 과정에도 ‘유행은 돌고 돈다’는 뉴트로의 법칙이 통하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21세기 천문학자들은 15세기 항해사들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처음으로 지구에 또 다른 대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했던 중세 항해사들의 마음으로, 오늘날 인류는 태양계 바깥 또 다른 별을 방문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꿈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과연 인류는 광속에 가까운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까? 천문학자들은 가까운 미래 다른 별 곁으로 인류의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혁신적인 항법을 실험하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교훈
엔진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면, 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생각하면 출력이 강한 엔진과 충분한 연료를 싣고 가면 된다. 하지만 연료를 많이 챙겨갈수록 배의 중량이 무거워져 더 강한 출력이 필요해진다. 더 강한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한다. 결국 늘어난 연료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한 돌고 도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린다.
중세 항해사들은 이 난감한 문제를 아주 영리하게 해결했다. 배에 연료를 실어서 늘어난 중량이 문제라면, 연료를 직접 싣지 않아도 계속 출력을 얻을 수 있으면 된다. 배에 연료를 싣지 않고 출력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항해사들은 지구의 바람을 활용했다. 바람은 바다 위에서 쉬지 않고 분다. 적당히 강한 바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불어만 준다면 배는 그 순풍을 타고 알아서 바다를 가로질러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대항해시대의 많은 함선들은 최대한 바람의 효과를 많이 받기 위해서 아주 거대한 돛을 크게 펼친 모습을 하고 있다.
21세기 천문학자들도 중세시대의 항해사들과 똑같은 고민에 봉착했다.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 넓은 우주 공간을 항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강한 추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모든 로켓과 우주선은 화학 에너지로 그 추력을 만들었다. 아주 많은 양의 고체 또는 액체 연료를 순식간에 연소시키면서 발생하는 힘을 이용해 우주로 나아간다. 그 연료의 양이 너무 많아서 연료만 싣는 연료통의 높이만 건물 10층 높이에 달할 정도다.
안타깝게도 이 많은 양의 연료 대부분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지구 바로 코앞 저궤도까지 우주선을 올리는 과정에서 거의 다 쓰인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본격적인 우주여행을 하기 전, 지상에서 우주로 진입하는 첫 번째 과정에서 거의 모든 연료가 다 소진된다. 정작 우주로 진입한 탐사선은 아주 적은 양의 연료와 발사 이후의 관성에 의지한 채 여행을 이어가야 한다. 출발 전 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건만, 주차장에서 주차장 출구로 나가는 데 그 기름을 다 써버린 셈이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운전해야 하는 길이 한참 남았는데,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진 상태로 그냥 관성으로 굴러가는 바퀴에 의지한 채 여행을 이어가는 꼴이다.
그래서 현재 태양계 천체를 탐사하는 많은 탐사선들은 다른 행성의 중력을 돛단배의 바람 삼아 항해의 도구로 활용한다. 특히 태양계에서 가장 중력이 강한 두 행성, 목성과 토성은 탐사선들이 가장 애용하는 명소다. 중력이 강한 이 행성들은 모두 태양 주변을 빠르게 맴돈다. 탐사선이 나아가는 궤적만 잘 맞추면 행성 근처를 지나면서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탐사선의 궤도가 틀어지고 또 속도도 올릴 수 있다.
바닥 위에 쇠구슬을 굴렸는데, 쇠구슬이 굴러가는 궤적 주변에 힘이 센 자석이 하나 지나간다고 생각해보자. 자석 근처로 쇠구슬이 굴러갈 때 자석에 끌려 잠깐 쇠구슬의 방향이 틀어지고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여기서 쇠구슬은 탐사선을, 자석은 행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항법을 중력 도움(gravity assist) 또는 스윙바이(swingby)라고 한다.
거대한 행성에게서 힘을 꿔오는 스윙바이 항법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같은 거리를 훨씬 더 적은 연료로 여행할 수 있다. 태양계 바깥 진짜 성간 우주로 진입해 본격적인 우리 은하 항해를 시작한 파이어니어, 보이저, 뉴호라이즌스와 같은 많은 탐사선들 모두 스윙바이 항법으로 속도를 얻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행성들이 궤도상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신경 써서, 발사 일정과 여행 경로의 계획을 아주 정밀하게 짜야 한다. 태양계 행성들이 적당한 위치에 놓여야 써먹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우주의 배려가 필요한 항법이다. 또 직선으로 가면 훨씬 편한 경로를 굳이 행성 여러 개를 중간중간 기점 삼아 들르느라 빙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10년 이상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행성 곁으로 탐사선이 지나가면서 행성의 중력을 빌리는 과정에서, 행성도 마찬가지로 탐사선의 중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탐사선의 속도가 빨라지면 반대로 탐사선에게 운동량을 빌려준 행성의 속도는 미세하게 느려진다. 다만 행성의 질량이 탐사선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탐사선에게 운동량을 빼앗긴 행성이 느려지는 정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인류가 연이어 목성 곁으로 날려보낸 탐사선의 영향으로 목성의 궤도가 작아져 목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참사가 벌어질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인류는 목성의 궤도를 바꿀 만큼 많은 탐사선을 연이어 보낼 능력이 없다.
스윙바이 항법이 멋진 노하우이기는 하지만, 다른 항성계로의 진출을 꿈꾸는 인류에게 가장 아쉬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 스윙바이 항법은 태양계 안에서만 써먹을 수 있다. 목성과 토성, 그리고 천왕성과 해왕성 궤도까지 모두 벗어나 태양계 외곽으로 탈출한 이후로는 한동안 중력을 빌려오기 위해 써먹을 수 있는 천체가 마땅히 없다. 다 작은 돌멩이 소행성들뿐이다. 물론 굳이 쓴다면 쓸 수 있겠지만 다른 이웃 별까지 수 년 안에 방문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윙바이로 어찌어찌 태양계 바깥 경계로까지 탐사선을 날려보낼 수는 있겠지만, 태양계를 벗어난 이후가 더 큰 문제다. 그 이후로는 정말 별다른 가속 방법이 없다. 그냥 탐사선이 원래 항해하던 속도, 그 관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돛을 펼쳐라, 빛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계를 벗어난 이후에도 꾸준히 탐사선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동력원은 없을까?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빛나고 있는 태양, 그리고 별에게서 그 힌트를 얻었다. 태양은 사방으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이 태양빛은 모두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래서 빛을 오랫동안 쬐면 빛의 에너지에 밀리는 일종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빛을 쬐면서 받게 되는 압력을 복사압 또는 광압이라고 부른다. 지구 표면에서는 1평 면적에서 모래알 두세 개 무게만큼의 아주 작은 광압을 받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광자는 질량이 0이기 때문에, 질량과 속도를 곱해서 정의되는 운동량이 0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운동량을 갖기 위해서 질량이 꼭 필요하지 않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상대론적인 상황에서 빛의 운동량은 질량과 상관없이 그 진동수로 정의되는 빛의 에너지로 결정된다.)
하나하나의 광자에게서 받는 광압은 아주 미약하다. 하지만 태양에서 쏟아져 나오는 광자의 수는 아주 많다. 또 오랜 시간 계속해서 광압을 받게 되면 효과는 더 커진다. 우주 공간에 떠있는 납작한 쟁반에 계속 비비탄 총알을 발사한다고 생각해보자. 총알 하나가 부딪쳤을 때 쟁반이 밀리는 정도는 아주 작다. 하지만 쟁반의 사이즈를 더 크게 만들어서, 같은 시간 동안 쟁반에 부딪히는 총알의 개수를 늘린다면 쟁반이 밀려나가는 정도는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천문학자들은 아주 거대하고 얇은 돛을 만들어서 오랫동안 햇빛을 비춰주면 그 돛은 햇빛에 의한 광압을 바람 삼아 우주 공간을 빠르게 항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료를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 우주 항해, 연료통 없는 우주선, 말 그대로 빛을 타고 항해하는 우주 대항해시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1976년 이러한 태양 돛단배를 활용해 우주를 항해하는 개념을 구체화했다. 칼 세이건은 이 상상 속 우주선을 말 그대로 태양을 타고 항해한다는 뜻의 솔라 세일(Solar sail)이라고 불렀다. 지구 바깥 우주로 올라간 작은 탐사선은 수 km 크기의 아주 크고 얇은 금속 재질의 돛을 펼친다. 이후 금속 돛은 태양빛을 꾸준히 받으면서 광압을 느끼고 서서히 가속된다. 탐사선 돛의 방향을 잘 조절해서 꾸준히 쉬지 않고 태양빛을 받게 해주면 이 솔라 세일은 지금껏 인류가 날려보낸 그 어떤 탐사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속될 수 있다. 태양의 광압이 한 번 주는 효과는 아주 미미하지만 그것이 쉬지 않고 누적되면 효과는 아주 높아진다. 우주 항해에서 중요한 건 순간의 파워가 아니라 꾸준한 지구력이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꿈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2005년 칼 세이건의 유훈을 이어받은 미국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에서는 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재현하는 코스모스-1 실험을 진행했다. 재밌게도 당시 코스모스-1 위성은 러시아 바렌츠해 바닷속 잠수함에서 발사되었다. 당시 우주로 올라간 솔라 세일은 각각 15m 길이의 삼각형 모양 태양 돛 여덟 개가 꽃잎처럼 둥글게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태양 돛이 모두 펼쳐지면 그 전체 면적은 약 600㎡에 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스모스-1은 예정된 궤도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고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태양 빛의 압력을 받아 진정한 태양 빛 항해를 성공한 것은 일본의 금성 탐사선 이카로스(Ikaros)다. 2010년 5월 일본의 JAXA는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Akatsuki)와 함께 작은 소형 위성들을 로켓에 함께 실어서 우주로 날렸다. 메인 아카츠키와 함께 묶음 상품으로 올라간 것 중 하나가 이카로스다. 이카로스는 길이 14m짜리 정사각형 모양의 태양 돛을 갖고 갔다. 이카로스는 어떤 연료도 싣고 가지 않았다. 이카로스의 항해는 오로지 태양 빛에 의한 광압만 활용했다. 놀랍게도 이카로스는 오직 태양 빛에만 의지한 채 속도를 얻고 궤도를 트는 훈련을 멋지게 수행했다. 발사된 지 7개월이 지난, 2010년 12월 이카로스는 금성을 약 8만 km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이카로스는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로 태양 빛만 이용해 항해에 성공한 솔라 세일 탐사선으로 기록됐다. 아쉽게도 정작 당시 미션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아카츠키 탐사선은 금성 궤도 진입에 안착하는 데 실패하면서 파괴되었지만, 그나마 묶음 상품으로 함께 우주로 올라갔던 이카로스가 더 멋진 가능성을 보여준 덕분에 괜찮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2015년, 드디어 솔라 세일의 진정한 부활을 알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앞서 코스모스-1 프로젝트의 실패를 맛봤던 행성협회에서 2015년 5월 새로운 솔라 세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훨씬 더 작은 경량의 큐브 위성을 우주로 올려 면적 32㎡의 넓고 얇은 금속 돛을 펼치는 시험이었다. 이 위성은 빛 돛단배란 뜻으로 라이트 세일(Light sail)이라고 불렀다. 아직은 첫 번째 실험인 만큼 일단은 우주로 올라간 큐브 위성이 정상적으로 돛을 펼칠 수 있는지, 기계적인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라이트 세일은 예정대로 멋지게 돛을 펼쳤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양빛에서 받는 광압보다 지구 대기권에 의한 마찰로 속도가 느려지는 효과가 더 큰 꽤 낮은 고도에 올랐다. 며칠 만에 라이트 세일은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해, 짧은 첫 번째 시도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후 2019년 7월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실린 두 번째 라이트 세일 2호가 우주로 올라갔다. 라이트 세일 2호가 지구 주변 궤도를 돌면서 햇빛을 받는 동안, 엔지니어들은 라이트 세일 2호의 가속도가 미세하게 증가하고 또 궤도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세 조정이 어려운 시험 발사였던 탓에, 위성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구 회전하는 텀블링 현상이 벌어졌다. 라이트 세일 2호도 앞선 1호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지구 대기권에 의한 마찰로 궤도가 낮아졌고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며 미션은 마무리되었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네
태양 빛이 가하는 광압을 활용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은 아주 참신했다. 하지만 태양 빛도 결국 태양에서 멀어지면 서서히 약해진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태양 빛은 우주 공간 사방으로 고르게 퍼지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아주 빠르게 급감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빛이 필요하다. 여전히 더 효율적인 우주 항법을 찾고 싶었던 엔지니어들은 고전적인 솔라 세일로는 100퍼센트 만족하지 못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포워드는 솔라 세일의 원리를 바탕으로 살짝 수정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포워드는 1985년 우주 돛단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태양 빛이 아닌 인공 조명으로 탐사선을 감싸서 속도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포워드의 아이디어는 이렇다.
우선 강한 마이크로파 빔을 쏠 수 있는 위성을 지구 근처 궤도로 띄운다. 그리고 그 마이크로파 빔을 모아 더 강한 빔으로 출력을 높이는 광학계, 렌즈를 우주에 띄운다. 그러면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데스 스타의 필살기 행성 파괴 빔처럼 아주 강한 고출력의 빛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준해서 쏠 수 있다. 이후 얇고 가벼운 막으로 만든 돛을 단 탐사선을 우주로 띄워, 앞서 준비해놓은 고출력의 빔으로 돛을 쏘면 돛은 아주 빠른 속도로 가속을 얻어 먼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
말이 안 되는 SF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이미 물리학자들은 2000년에 탄소 섬유로 만든 얇은 막에 고출력의 마이크로파를 비춰서 막을 밀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실험에 사용한 탄소 막은 두께 1mm, 지름 3cm의 아주 작은 크기였지만, 마이크로파 빔을 쏴서 돛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즉 포워드의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만들 수 있을지다. 우선 탐사선은 가능한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탐사선에 붙어 있는 돛은 가능한 거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돛을 밀어내는 레이저 빔의 출력은 아주 강해야 한다. 이 세 가지만 해결할 수 있다면 인류는 비로소 광속에 근접하는 아광속 우주여행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
러시아 출신 부호 유리 밀러(Yuri Milner)는 바로 이 허무맹랑해 보이는 시도에 거금의 돈을 투자했다. 그가 투자한 예산으로 시작된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Breakthrough Initiatives)에서는 앞으로 50년 안에 태양계 바깥 가장 가까운 이웃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 항성계로 인류의 탐사선을 직접 날려보내는 어마어마한 스타샷(Starsho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가벼운 탐사선을 만들어야 한다. 카메라, 통신 장비, 각종 부품을 모두 합해도 겨우 수 그램 정도로 아주 가벼워야 한다. 거의 압정 하나 수준이다. 그래서 현재 엔지니어들은 스타칩(Starchip)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기판을 한 조각 떼어낸 것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소형 위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주 탐사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 모아놓은, 아마 탐사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장 최소의 형태일 것이다. 이 탐사선이 아주 거대한 돛을 펼치면 100기가와트의 아주 강한 빔을 쏴주어야 한다. 이는 사실 어마어마한 출력인데, 지구 전체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출력을 다 모은 것에 버금간다.
가까운 미래, 탐사선을 발사하는 동안 잠깐만 전력 사용을 멈추고 모든 전력을 레이저 빔을 가동하는 데 쓰기로 했다고 생각해보자. 100기가와트 빔으로 수 그램짜리 초소형 탐사선을 밀어낸다면, 이론적으로 10분만 밀어줘도 탐사선은 곧 빛의 속도의 10퍼센트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가속된다.
현재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의 원대한 계획은, 스타샷 위성을 천여 개 발사해서 순차적으로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향해 날려보내는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인류의 탐사선은 무려 약 20년 만에 4.3광년 떨어진 이웃 항성계로 방문할 수 있다. 사실 탐사선의 여정은 절반은 가속이고 다음 절반은 감속이다. 지구를 떠난 직후 중간 지점까지는 계속 레이저 빔을 맞으면서 속도를 올리는 구간이 이어진다. 이후 중간 지점을 지나면 더 이상 레이저 빔을 비추지 않고, 탐사선의 돛과 성간 물질의 전기적 마찰을 이용해서 속도를 줄인다.
천문학자들은 이곳에 도착한 탐사선이 프록시마 센타우리 항성계에서 생명이 살 법한 골디락스 존에 놓여 있는 외계 행성 곁을 지나면서 그 실제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확인하기를 꿈꾸고 있다. 정말로 지구처럼 표면에 바다와 대륙이 있는지, 아마존과 같은 푸른 숲이 있는지 확인해 지구 바깥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계획은 앞으로 20년 안에 첫 번째 스타샷을 발사하고, 그렇게 떠난 스타샷이 약 20년이 지난 후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도착하는 것이다. 현재 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는 이 첫 번째 발사까지 약 50억 달러, 6조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부산광역시 한 해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탐사선이 찍은 새 항성계 사진이 지구로 전송되려면 추가로 4.3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계획이 예정대로 잘 진행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약 50년 안에 지구 바깥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는 행성의 민낯을 세세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프록시마 센타우리 항성계 외계행성에 지구처럼 어떤 문명이 살아가고 있다면, 갑자기 예고 없이 그들의 하늘에 등장한 인류의 소형 탐사선을 UFO처럼 여길지도 모른다. 운 나쁘게 그들의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인류의 스타샷이 그곳에서 마치 우리가 로즈웰 사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 외계 문명의 상상력을 건드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먼 우주로 날려보낸 인류의 탐사선은 어쩌면 이런 미래를 마주하게 될지도? 영상=Guy Collins Animation
인류는 과연 우주의 또 다른 존재와 실질적인 조우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 첫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그간 다른 존재들이 지구로 먼저 찾아오는 방식의 조우를 더 자주 그렸지만, 어쩌면 그런 예측과 달리 우리가 먼저 그들의 세계를 침범하는 식으로 조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언어도, 인간의 감각도 통하지 않는 그들에게 우리가 호전적이지 않은 사교적인 문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골든 레코드에 투박한 메시지를 담아 보이저호에 보냈던 것처럼, 스타샷에는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담아서 보낼 수 있을까?
수평선 너머에 또 다른 대륙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대항해시대 이전의 항해사들처럼, 우리는 저 광활한 어둠 너머에 우리와 비슷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지 아직 모른다. 정말 그들이 저 먼 우주 이곳저곳에 존재한다면, 왜 그들이 우리를 먼저 찾아오지 않는지도 아직 모른다. 다만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바로 그 막연한 그리움이 원동력이 되어 인류를 다른 항성계로 이끌고 있다. 생각보다 머지않은 미래, 우리 머리 위로 빠르게 지구를 떠나가는 스타샷 군단의 모습을 그려본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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