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17 부동산대책이 기존 임대사업자등록 활성화 정책과 부딪치면서 잡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 요인을 차단하겠다며 재건축 아파트 분양에 ‘2년 거주’ 조건을 추가했다. 그러자 초기 재건축사업 단지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들이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 수요 유입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꼽았다. 최근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일부 아파트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호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총 17개 단지(2만 6635세대)가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목동은 최근 잇달아 정밀안전진단이 통과되며 호가가 2억~3억 원 뛰었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규제지역, 서울 고가·재건축주택 상승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해법 중 하나로 ‘재건축 2년 거주 요건’이 제시됐다. 6·17 부동산대책에 따라 올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조합원분양 공고일 기준 소유한 주택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지금까진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부동산을 양수하면 조합원 자격을 얻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본계획수립→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설립인가→시공사선정→사업시행인가→조합원 분양신청→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 및 철거→착공→일반분양의 절차를 밟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약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문제는 아직 조합을 꾸리지 않은 초기 재건축사업 단지의 임대인이다. 세입자(갭)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했거나, 2년을 거주하지 않고 임대 낸 경우다. 이들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12월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내지 못할 경우 세입자를 내보내 거주 요건을 채워야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았거나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할 경우 조합원 분양 시점까지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거주 요건 미달로 아파트를 현금 청산해야 한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가 된 집주인들도 분양권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2월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4년 또는 8년 의무 임대기간을 보장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재산세·소득세·양도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감면하는 내용이다. 장기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8년 장기임대 위주로 지원책을 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 20만 2000명(79만 호)였던 임대주택은 올 1분기 51만 1000명(156만 9000호)까지 늘어났다.
추진위 단계인 서울의 한 재건축사업 단지의 임대사업자는 “정부 정책 발표 직후인 2018년부터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최소 2026년까지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전까지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 분양공고를 내면 거주기간이 없는 집주인은 꼼짝없이 집을 현금 청산해야 한다. 정부에서 다주택자에게 장기임대사업을 독려했다. 기존 정부 정책을 고려해 예외규정이나 구제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의 초기 재건축사업 단지에서 이런 등록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남짓이다. 국토부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따르면 현재 추진위 단계에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체 4424가구 중 7.4%(328가구)가 등록임대주택이다. 234가구는 8년 장기임대주택, 나머지는 4년 또는 5년의 단기임대주택이었다. 추진위 단계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6·7단지’는 1960가구 중 7.8%(153가구)가 등록임대주택이었다. 임대주택중 97가구는 8년 장기임대주택이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1·2·3차아파트’는 3522세대 중 155가구(4.4%)가 등록임대사업자다. 86가구는 장기임대주택이었다.
은마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허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임대를 내는 경우도 상당수다. 법적으로 보장된 임대기간과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규제로 초기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분양권을 못 받게 되는 집주인이 꽤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단지의 세입자는 자녀 교육 등 실거주를 목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집주인 계약만료 전 협의로 퇴거한다고 해도 인근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집주인이 들어오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체 세대에서 최소 10%만 이동한다고 해도 500세대다. 인근에 전세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장 내 임대사업자 현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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