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부산에 세워진 특급 호텔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에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후 신 회장이 대외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신 회장은 별도의 발언 없이 자리를 지켰지만, 코로나로 고객 발길이 끊긴 호텔 산업에 공식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신 회장은 지난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학과 호텔 산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호텔롯데는 1분기 영업손실이 7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고, 매출액은 1조 874억 원으로 34.5% 줄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신 회장의 응원에 힘입어 호텔롯데가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 회장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롯데그룹의 2대 회장이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노무라 증권과 일본 롯데상사에서 일했고,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며 한국에서 공식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2011년 2월에 롯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2015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9년 12월 기준으로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일본 이중국적을 가진 신 회장은 1996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2015년 8월 15일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는데, 당시 신 회장의 사과문 내용보다는 어눌한 한국어 실력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15년 7월부터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이어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한일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됐는데, 같은 해 7월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을 내세워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다 실패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 2017년 6월, 2018년 6월 등 5차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복귀하려 했으나, 모두 신동빈 회장에 완패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롯데그룹 이미지가 깎였고, 주요 의사결정 때마다 신 전 부회장이 제동을 걸어 신 회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신 부회장이 롯데지주 출범 과정에서 롯데쇼핑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제동을 건 일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선고가 확정됐다.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받기 위해 최서원 씨(개명 전 이름 최순실)가 운영하던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뇌물로 준 혐의와 롯데시네마 매점을 총수일가에게 임대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재판부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권을 재취득하는 데 부당이익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뇌물공여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도 직접적으로 겪었다. 롯데월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다고 알려져 방문객이 크게 감소한 것. 다행히 이 환자는 ‘가짜 양성’ 환자로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측은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받은 고등학생 방문 소식 이후 롯데월드 방문객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는 코로나19의 국내 첫 발병이 알려진 2월부터 80~85% 입장객이 감소해 경영 위기에 빠졌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줄면서 입장객이 다소 늘었지만, 확진자 소동 이후 전주 대비 30%의 입장객만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95% 급감한 수치다.
이번 시그니엘 부산 호텔 오픈 행사에는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 등 롯데그룹 및 계열사 주요 임직원들 대부분이 참석했다. 롯데 최고위 경영진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위기에 봉착한 호텔롯데에 신 회장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국내에 호텔롯데를 상장한 후 롯데지주와 합병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를 국내에 상장해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와의 지배구조 연결 고리를 끊고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호텔 사업 확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향후 5년간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약 1만 5000개인 전 세계 객실을 2배 수준인 3만 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집중 투자할 부문으로 화학과 호텔을 꼽았다.
해운대 지역에 7년 만에 들어서는 시그니엘 부산은 부산 지역 최고층 빌딩인 엘시티 랜드마크타워 3~19층에 총 260실 규모로 개장한다. 해운대와 인근의 미포항, 달맞이 고개, 동백섬 등을 모두 조망하는 오션뷰를 자랑한다. 호텔롯데에 따르면 시그니엘 부산은 정식 오픈 전임에도 사전예약 열기가 뜨겁다. 호텔롯데는 “시그니엘 부산의 여름 연휴 기간 판매율이 시그니엘 서울 오픈 당시보다 30%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예약 추이로 미뤄봤을 때 여름 성수기인 8월엔 더 높은 판매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1982년 롯데 자이언츠를 창단하면서 초대 단장을 맡은 바도 있다. 롯데는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 중인데, 롯데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애정이 시그니엘 부산 흥행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오픈 행사에서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는 “시그니엘 부산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부산 관광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할 뿐 아니라 부산 지역 신규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코로나로 인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만60세)을 연장하거나 보장해주는 대신 특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원은 신청 기간이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명예퇴직을 시행한 건 IMF구제금융 직후인 2000년 초반 이후 처음이다. 명예퇴직은 올해만 잠정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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