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악영향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원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일부 기업에는)멍이 될지 모른다”며 경제 회복 정책을 빠르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개인 소비가 원상으로 돌아갈지 모르나 코로나19 충격이 더 길어지면 일부 하위 기업에 후유증이 크게 남을지 모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코로나19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은 물론 문 대통령이 원상회복을 내다본 가계에까지 멍을 넘어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부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치솟고, 자영업자들의 부채도 급등하는 탓이다. 경기 부진과 실업난에 가계의 생계형 부채도 증가했다. 빚을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나 개인도 증가세로 이미 후폭풍에 휘말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5월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금액은 16조 원이다. 지난해 5월(6조 원)에 비해 10조 원 늘어난 액수다. 1~5월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76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 7000억 원의 3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1년간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금액 44조 9000억 원을 이미 뛰어넘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인 하위 기업을 염려했지만 현재 대출상황을 보면 대기업의 자금 상황도 중소기업 못지않다. 지난해 1년 동안 대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2조 4000억 원이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보다 은행에 돈을 넣어 뒀다. 반면 올해는 1~5월까지 대기업이 대출받은 액수가 27조 5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2018년 한 해 동안 빌린 액수(5조 원)와 비교해도 5배가 넘는다. 중소기업 대출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흐름이다. 1~5월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액은 48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빌렸던 47조 3000억 원을 넘었다.
기업의 어려운 자금 사정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6월 대기업들이 6개월 후 자금 흐름을 내다본 자금상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IS)는 74로 관련 통계가 나온 이래 최저치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나빠서 자금상황전망 BIS가 50까지 하락했다. 역시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BIS는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향후 자금 흐름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가계들도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5월 개인사업자의 은행 대출은 7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2조 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1~5월까지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26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 6000억 원보다 3배 가까운 증가세다. 이 액수는 지난해 1년 간 대출액 24조 7000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가계의 생계형 대출도 급증세다. 4월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총액은 1099조 52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644조 3930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58.6%였고, 기타대출은 455조 1278억 원으로 41.4%였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예·적금담보대출 등 가계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생계형 대출로 간주된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에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 받는 생계형 대출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현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총액 313조 7909억 원 중 생계형 대출을 의미하는 기타대출은 217조 2283억 원으로 69.2%다.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 30.3%와 비교해 2배 이상 많다.
이처럼 빚이 늘면서 이자 등을 갚지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개인도 증가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1~3월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25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200개)보다 26.0% 증가했다. 파산을 신청한 개인은 1만 12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826명)보다 3.8% 늘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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