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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여야 구분 없는 선심성 법률안 경쟁 '점입가경'

농산물 최저가 보장법, 민간기업에도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경기북도 설치법…재정 건정성 나몰라

2020.06.12(Fri) 12:09:32

[비즈한국] 21대 국회는 6월 1일 개원에도 여야 간 상임위원회 구성 이견으로 입법부로서의 정상적인 역할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당선된 의원들은 국회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도 법률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과 3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나 기업부담을 늘리거나 반시장적인 내용이 담긴 법안들을 쏟아내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 표심만 고려해 시급하지 않은 행정구역 변경을 요구하는 재탕 법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5일 본회의장 의석에 의원들이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에는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거나 기업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는 등 경제를 살리려는 안들도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기대서 퍼주기를 하거나, 기업과 정부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법률안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에 농산물 최저가격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최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차액을 농민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기초농수산물을 정부가 지정하고 최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천일염의 최저가격 보장제와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집단급식시설에 우수천일염(20~50%)을 사용토록 하는 ‘소금산업 진흥법 개정 법률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내용의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제출됐으나 정부의 시장 개입과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폐기된 바 있다.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은 농업인에게 월 최소 10만 원 이상의 연금을 지급하고, 재원의 40~90%를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의 ‘농업인 기초연금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도 ‘농어업인 공익수당지원 법률안’에서 농어업인에게 매월 10만 원 이상의 공익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농어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연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지역인재 채용을 강제하는 법률안도 적지 않다. 통합당 홍문표 의원의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법률안’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경우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현행(2020년 24%→2022년 이후 30%)보다 상향조정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래도 이 법률안은 양호한 편이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를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하는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35%는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통합당 이종배 의원이 발의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개정 법률안’은 민간기업에도 지역인재 채용을 강제했다. 산업단지나 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경우 조세감면이나 자금 지원을 받는 만큼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물론 수도권 출신 대학생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부담을 늘리는 법률안도 여럿 있다. 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은 전통시장상인 보호를 이유로 올해 11월 23일 만료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및 준대규모점포 규제 규정을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 김승남 의원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기금 납부를 강제하는 법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FTA로 피해를 입은 농어업인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을 설치하도록 한 법률안을 ‘상생기금을 설치하고, 협정 체결에 따른 수혜기업은 의무적으로 기금 조성에 참여하여야 한다’고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으로 규정된 기금 규모도 기간을 20년으로 늘리고 목표액도 2조 원으로 상향해 기업 부담을 늘렸다. 

 

경제 위기 속에 지역 표심만 노린 재탕 법률안도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무산된 경기북도 분리(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 통합당 김성원 의원)나 17대 국회에서 제기됐던 부산광역시의 특별시 변경(부산해양특별시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통합당 조경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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