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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 지주사에 상표권료 과다 지급 논란

영업표지 무관 수익에도 사용료 지불…메리츠증권 "외부 전문기관서 산정한 기준 준수"

2020.06.11(Thu) 11:04:57

[비즈한국] 메리츠증권이 영업표지와 무관한 수익에도 상표권 사용료를 지주사 메리츠금융지주에 지급하면서 상표권 사용료 과다 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법적인 문제를 따지긴 어렵다. 상표권 사용료 산정 기준이 모호해서다. 다만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을 조정호 회장이 70% 가까이 가지고 있어 상표권이 ‘왕회장’의 자금줄로 편법​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지주사 메리츠금융지주에 상표권 사용료로 200억 원 가까운 액수를 냈다. 일각에서는 영업표지와 무관한 수익에도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한 것에 의구심을 표한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 사진=박정훈 기자

 

메리츠증권은 2018년 12월 ‘메리츠’ 관련 상표를 2019년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조건으로 권리자인 메리츠금융지주에 193억 5700만 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금액은 계약기간 영업수익 변동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큰 변화 없이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에 낸 수수료 비용 202억 4100만 원 가운데 대부분은 상표권 사용료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이 메리츠금융지주에 납부하는 수수료 비용은 지난해 200억 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2018년과 2017년​에는 각각 130억 7632만 원과 125억 4068만 원을 메리츠금융지주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불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메리츠금융지주에 내는 상표권 사용요율 산식을 ‘(영업수익-광고선전비)×0.25’%로 보고있다.

 

문제는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책정했다는 것. 제조업의 매출액과 비슷한 개념인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적용했는데, 영업수익에는 영업표지와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는 수익도 포함된다. 쉽게 말해 ‘메리츠’란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도 상표권 사용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항목은 영업수익 하위 항목 가운데 ‘금융상품평가및처분이익’과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이다. 이들 항목은 증권사의 자기매매 항목에 해당한다. 자기매매란 증권사가 자기 계정으로 직접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 돈이 아닌 증권사의 돈으로 투자를 하고 낸 수익인데, 이 수익이 과연 메리츠란 영업표지로 얻은 수익인지 의심스럽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에서는 매출액 기준으로 상표권 사용료를 산정해, 기업의 투자수익 등 영업표지와 무관한 수익은 대부분 매출액에서 제외된 영업외수익으로 계산돼 상표권 사용료 부과 대상에서 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울러 투자수익과 손실을 상계하지 않고 따로 계산하는 회계 기준 때문에 ‘금융상품평가및처분이익’과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 등의 수익이 왜곡된 상태에서 상표권 사용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A 상품과 B 상품에 투자해 100억 원의 수익과 손실을 봤다면, 관련 회계처리를 손익 0원으로 상계 처리하지 않고 영업수익 100억 원, 영업비용 100억 원으로 나눠 계상한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회사의 수익은 0원이지만 영업수익으로 100억 원이 잡히면서 이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 액수도 적잖다. 금융상품평가및처분이익과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은 지난해 각각 1조 6108억 원, 4조 6475억 원으로 총 6조 2682억 원이다. 이들 수익이 같은 기간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7%다.

 

특히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은 위험을 상쇄하기 위한 헤지 성격의 투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익과는 다르다. 한 회계사는 “증권사의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은 수익을 목적으로 계상된 내용이 아니라 금융투자에 따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투자하는 상품이 많다”라면서 “영업비용에 계상되는 파생상품평가및거래손실과 상계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수익은 미미한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영업비용에 계상된 파생상품평가및거래손실은 4조 8616억 원이다. 이익과 손실규모가 엇비슷하긴 하지만 파생상품평가및거래이익에서 파생상품평가및거래손실을 제하면 손익은 마이너스다.

 

이런 점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상표권 사용료를 지주사에 납입하지 않거나 상표권 사용료율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브랜드 사용료로 240억 원 가량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제공했다. 매년 80억 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제공한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내는 상표권 사용료의 절반도 안 되는 액수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5조 4369억 원으로 메리츠증권의 8조 7394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대기업집단 소속 증권사인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상표권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아예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과도하게 수취하면서 결과적으로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68.97%를 보유한 조정호 회장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회계사는 “메리츠증권의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하게 지주사로 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지배주주가 이득을 보게 된다”면서 “이 경우 메리츠증권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상표권 사용료가 적절한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상표권 사용료 산정 기준을 영업수익으로 정한 것은 외부 전문기관의 판단이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영업수익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산정돼 상표권 사용료를 납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업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메리츠증권에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감행했다”면서 “이는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증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전업금융그룹으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은 상표권 거래에 대한 공시의무가 사라졌다. 조정호 회장의 이익 적절성을 감시할 길도 사라진 셈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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