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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로 본 웃기고 심각한 우주전의 미래

미국 우주군 풍자 속 실재하는 위협과 논쟁…21세기 전쟁의 승패는 우주 장악이 필수

2020.06.09(Tue) 10:55:35

[비즈한국] 지난 5월 29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에 새로운 미국 드라마 시리즈가 올라왔다. 평소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다루기로 유명한 넷플릭스에서도 매우 생소한 소재가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미 우주군을 소재로 한 ‘스페이스 포스(Space Force)’가 그것이다.

 

보통 군과 전쟁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영화나 드라마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인 전투와 영웅적인 행보,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페이스 포스의 무대와 배경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 우주군, 그것도 작년 12월에 이제 막 창설된 신생 군대다. 당연히 미 우주군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물론 무엇을 하는지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겨우 1만 명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성과를 내고자 아주 준비도 안된 우주군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만만치 않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는 바로 이 점을 웃음의 포인트로 삼았다.

 

미 우주군을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 사진=드라마 캡처

 

스페이스 포스의 주인공은 미국 군인의 최고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4성 장군이지만, 휘하 부하들은 적고 공군이나 육군 같은 다른 군대에 무시당하면서,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보잘것없는 행동에 집착하거나 황당한 작전을 쉴 새 없이 보여준다. 밀리터리 소재의 드라마지만 사람이 죽는 장면 하나 없는 풍자에 시청자들은 폭소를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군 관계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웃음의 소재 속에 의외로 실재하는 위협과 논쟁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첫 째는 실재하는 우주전의 위협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구상한 별들의 전쟁, 일명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가 기술 부족으로 좌초된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주에서의 전투나 전쟁은 많은 부분이 비현실적인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실제 우주에서의 전투는 이미 지금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인 우주전 무기는 적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ASAT(Anti-satellite weapon)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탄도 미사일이나 우주 로켓을 개조한 ASAT 미사일을 개발, 이미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다. 1984년에 미국이 F-15 전투기에 실어서 발사한 ASM-135미사일, 구소련이 Mig-31 전투기에 장착한 79M6 콘탓(Kontakt) 미사일을 비롯해 2007년에는 중국의 FY-1C 미사일, 2019년에는 인도의 샥티(Shakti) 미사일이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직접 격추하는 방식의 미사일 무기 외에도, 중국과 일본이 적 인공위성에 들러붙어 통제권을 뺏거나 추락시키는 기생 위성(Parasitic Satellite)도 개발 중이거나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전쟁에서 필수적인 인공위성을 뺏고 부수는 전쟁은 드라마 속 상상이 아니라 이미 실제로 존재하는 위협인 셈이다.

 

인공위성을 격추하는 인도의 ASAT. 사진=압둘카람아일랜드

 

두 번째 요소는 외부의 적보다 더한, 내부의 갈등이다. 드라마에서 미국 우주군은 육, 해, 공군에게 항상 무시당하며, 존재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결정으로 조직이 위기에 빠지곤 한다. 이런 갈등과 어려움은 우리 군과 국방부도 머지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군에서 우주전에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육군과 공군이다. 공군은 일찍부터 공군의 최종목표가 항공 우주군이라고 밝혀 왔으며, 2020년 올해를 우주 작전 기반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공군의 다음 계획으로는 10년 뒤 2030년에 독자적 우주 감시 체계를 획득하고, 2040년에는 독자적 우주 작전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우주 작전에 관심을 두는 곳은 공군 만이 아니다. 육군 역시 우주 작전능력을 위한 능력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우리 육군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미 육군이 추진 중인 다 영역 작전(Multi-Domain Battle)에서, 새로운 전투공간으로 우주 공간을 지정했고, 우리 육군도 이를 롤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공군이 전략무기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운용 권한을 가지고 인공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었던 반면, 우리 군의 전략적 자산인 현무2 탄도 미사일, 현무3 순항미사일은 공군이 아닌 육군 미사일사령부에서 운영한다. 현재 한국 공군은 독자적인 위성 발사 능력이 없다. 공군과 육군, 한쪽이 우주전을 전담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은 셈이다.

 

다영역 작전을 위한 우주 작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육군 심포지움. 사진=김민석 제공

 

그렇다면, 우리 군과 국방부가 내릴 적절한 모범 답안은 있을까? 우선은 현재 육군과 공군이 추진 중인 우주전력 확보 방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육군과 공군의 장점을 살린 발전 방향을 추진하는 것이 우주군을 새로 창설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가령 공군은 현재 열심히 능력 향상을 추진 중인 우주 감시능력을 확장하여, 대공 레이더의 발전형인 우주 감시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우주에 배치된 우리 군의 군사위성을 추적하는 능력에 집중하는 한편, 육군은 미사일사령부의 차세대 주 무장인 현무4 미사일을 개조, ASAT 위성 요격 무기 및 초소형 마이크로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생각해 볼 만 하다.

 

즉, 저격수가 2인 1조로 움직이듯, 위성의 상태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역할을 공군이 맡고, 적 위성을 공격하고 예비 위성을 발사하는 역할을 육군이 맡아 상호 간 협동하여 우주전을 진행하는 그림이다.

 

21세기의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우주 공간을 장악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우리 군이 앞으로의 우주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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