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우리는 삶 속에 만연한 다양한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 경각심을 잊곤 한다. 게다가 그 위협이 지구 바깥 우주에서 오는 것이라면 피부로 느끼기는 더 어렵다. 무심한 우주는 우리 모두를 순식간에 집어삼킬 만한 거대한 위기에 몰아넣고는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죽음 직전이 되어서야 파악할 뿐이다. 지구와 우리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는 존재 중에는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소행성이 있다.
최근 새롭게 발견된 소행성 2020JA는 지름이 약 12m로 대략 버스 한 대 정도 크기다. 하지만 이 소행성은 5월 첫째 주 지구에서 고작 23만 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38만 5000km의 0.6배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다. 이번 주 지구는 달보다 더 가까이 접근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고 있다.
사실 지구로 근접하는 소행성들은 아주 흔하다. 우리는 미처 그 사실을 모르고 매일을 살아가지만 지구는 매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아주 위험한 초소와 같다. 실제로 지난 4월 28일에도 또 다른 소행성 2020HS7이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와 비슷한 36만 km까지 접근하며 스쳐지나갔다.
광막한 우주 공간 사방에서 날아오는 이러한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금도 지구 곳곳의 천문학자들은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수많은 소행성체들의 궤도를 추적하고 있다. 태양 주변을 돌아다니는 소행성들의 궤도가 지구의 궤도와 겹치면서 지구를 위협할 잠재적 위험이 있는 천체들은 지구 근접 천체(NEO, Near-Earth Objects)로서 특별한 관리를 하며 모니터링을 한다. 지금까지 약 2만 3000개의 NEO가 발견되었고, 그 중에는 달보다 훨씬 가까이, 지구와 달 사이를 지나가며 인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천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매달 한 번꼴로 새로운 지구 근접 천체들을 발견한다. 우리는 매일 아무 일 없는 듯 깜깜하고 고요한 밤하늘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가지만,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 어두운 밤하늘은 언제든 지구를 위협할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지구는 어쩌면 매일 매 순간을 운 좋게 살아남으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주는 애초에 인간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천문학자 도널드 브라운리(Donald E. Brownle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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