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많은 기업이 자체 온라인몰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온라인몰을 개편하거나 사업 목적을 추가하면서 온라인 유통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이커머스 업계와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기업이 최근 자사 온라인몰 운영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사 온라인몰을 운영했다던 동아오츠카는 최근 ‘동아오츠카몰’을 전면 개편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기존 온라인몰 ‘CJ온마트’를 ‘CJ더마켓’으로 변경하면서 가정간편식(HMR) 전문몰로 탈바꿈했다. 대상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정원e샵’은 이미 2017년 재오픈했다.
새롭게 사업 목적을 추가한 기업도 있다. 매일유업과 롯데칠성음료는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정관에 상품중개업을 추가했다. CJ제일제당 역시 밀키트 전문 브랜드 ‘쿡킷’이란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의 ‘정몰’은 론칭 3년 만에 회원 수 71만 명을 넘어섰다. 매출은 2017년 출시 첫해 30억 원에서 2019년 300억 원으로 뛰었다. 동아오츠카몰 역시 생수·탄산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1~5월) 약 380% 신장했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덕도 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은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매출이 전주 대비 250% 증가했다. CJ더마켓도 2월 한 달 동안 햇반, 비비고 국물 요리·만두 등 간편식 매출이 지난해 2월과 비교해 84%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식품 특성상 제품의 신선도, 유통기한, 이동과정 등이 중요한데 자사 온라인몰이 이커머스 업체보단 신뢰도가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신규 가입 혜택, 포인트 적립, 달마다 진행하는 프로모션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 온라인몰이 늘 매출 흥행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고객을 유인할 이벤트나 서비스가 부족하거나 배송 시간, 가격 등에서 타 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어렵게 끌어들인 고객을 ‘유령 회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3월 매출이 올랐던 동원F&B는 최근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 F&B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얘기하긴 어렵지만 3개월 전보단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전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폐점을 결정한 온라인몰도 있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은 2019년 6월 직영 온라인몰에서 구매 서비스를 뺐다. 사실상 온라인몰 영업 종료인 셈이다. 엘지생활건강은 당시 “가맹점주와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정한 조처”라며 서비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맘스터치몰’도 최근 영업 종료를 알렸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관계자는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기 위해서”라고 짧게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속 비대면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효율적인 비대면 서비스 제공 방법과 고객이 자사 온라인몰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할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후죽순 늘어나는 온라인몰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업들과의 상생이나 경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 티몬 ‘슈퍼세이브’,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클럽’, 쿠팡 ‘로켓와우클럽’ 등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은 구독 경제에 기반을 둔 유료 회원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소비자들에게 매월 월정액을 받고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는 것.
최근엔 SK텔레콤과 네이버, 두 거대 ICT 기업이 각각 ‘올프라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선보였다. 유료 회원은 11번가와 네이버쇼핑뿐만 아니라 계열사의 타 콘텐츠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용구 교수는 “자사 온라인몰 운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이커머스 업체처럼 타사 제품과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제품 하나를 살 때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 성능 등을 비교하는데, 자사 온라인몰은 자기 제품만 팔기에 비교할 제품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커머스와 경쟁보단 상생을 택해야 한다. 또 신규 회원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기보다는 이미 유입된 고객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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