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특허청이 ‘리얼돌’ 명칭에 대한 상표를 등록했다가 취소했다. 리얼돌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특허청 차원에서 직접 상표 무효화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특허심판원은 올해 3월, 상표가 등록된 지 7개월 만에 등록 무효 심결을 내렸다. 지금도 ‘리얼돌’ 명칭이 들어간 상표가 다수 출원돼 추후 특허청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얼돌 REALDOLL’ 상표는 부산의 한 리얼돌 업체 대표인 A 씨가 제10류(성 장난감·성생활보조용품)에 대해 2018년 5월 출원, 2019년 8월 등록됐다. 하지만 특허청 심사관이 같은 해 12월 ‘무효 심판’을 청구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허청 심사관이 무효심판 청구
올해 3월 특허심판원은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다. 심결문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이 상표는 특정인의 상표 출처 표지로 인식되기보다 성인용품을 지칭하는 단어로서 식별력이 없다. 또한 다수인이 사용하고 있어 자타 상품 식별 및 출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형민 특허법인 뷰 대표변리사는 “관련 사업자가 아닌 특허청 심사관이 무효 소송을 제기한 특이한 사례다. 특허청이 상표 등록 허가를 낸 시점 이후 리얼돌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다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상표의 무효심판을 청구한 특허청 심사관은 “심사관이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조건에서 상표법상 무효심판청구인에 심사관도 들어가 있다. 리얼돌은 당시 수입 및 판매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갈 만큼 사회적 이슈였다. 따라서 식별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상표로 등록이 됐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리얼돌 관련 상표 다수 출원…앞으로 어떻게 될까
특허청은 ‘리얼돌’ 상표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검색해보면 위 사례 외에도 ‘리얼돌’ 명칭을 사용한 여러 상표가 출원된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리얼돌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기 전인 2006년 38류(인터넷 전화방 등 통신업)로 출원된 ‘동경미소녀 리얼돌 인형 체험방’에 대해 특허청은 ‘주로 성인용으로 만들어지는 리얼돌 인형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업을 제공하는 곳으로 직감되어 이를 지정서비스업에 사용할 경우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하지만 최근 10류(성 장난감·성생활보조용품)와 35류(광고업), 38류(방송업) 등에 대한 리얼돌 관련 상표가 다수 출원되면서 이들의 등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출원된 상표는 ‘리얼돌샾 오직, 나만의 연인’, ‘리얼반려돌’, ‘마이돌’ 등이 있다. 전부 작년 하반기에서 올해 초 사이에 출원됐다.
이미 거절된 상표도 있다. 38류(방송업)에 대해 출원된 ‘리얼돌 티비’ 상표에 대해 특허청은 “식별력이 없는 표시들의 결합”이라는 이유와 함께 “그 자체 또는 이를 지정 상품에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와 내용 등이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등록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특허청이 리얼돌 자체를 공서양속에 어긋난다고 보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우상 공앤유 특허사무소 변리사는 “거절 이유를 살펴보면 ‘그 자체 또는 이를 지정 상품에 사용할 경우 공서양속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진행 중인 만큼 리얼돌 자체의 지침을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얼돌’ 명칭으로 등록된 상표가 무효 심결을 받았으니, 나머지 상표는 도형상표나 로고를 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식별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등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 변리사는 “‘마약’ 글자가 들어가는 상표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 ‘버닝썬’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특허청이 ‘마약’ 글자가 들어가는 상표를 다수 거절했는데, 결국 특허법원이 이 중 하나인 ‘마약베개’의 등록취소 결정을 뒤집었다. 상표는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면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관계자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지침을 만들지만, 원칙적으로는 개별 사례에 대해서 판단한다. 최대한 법리에 맞추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딱 잘라서 ‘된다, 안 된다’는 지침은 없다. 기준점을 정해서 심사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최대한 각 상표의 기준을 좁히는 게 심사기준이고 그 아래 개별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얼돌과 관련된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주장과 단순 성인용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최근에는 FC서울이 무관중으로 진행된 관중석에 리얼돌을 앉혔다는 의혹을 받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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