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른바 ‘불법 브로커’로 불리는 미등록 외국인 환자 의료기관과 유치업자 적발 건수가 2019년 ‘0건’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법 제정 후 위반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불법 브로커와 의료기관의 잘못된 공생관계에서 나온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16년 6월 의료법에서 분리돼 새롭게 제정됐다.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촉진,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고하고 환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우후죽순 늘어난 불법 브로커 근절도 하나의 이유였다.
의료해외진출법에서 불법 브로커와 관련된 조항은 크게 제6조, 제7조, 제9조 정도다. 제6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관과 유치업자만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은 자신의 등록증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동법 제7조), 외국인 환자 유치 시 현행법에 따라 수수료율을 준수해야 한다(동법 제9조).
만약 위 사항을 위반할 경우 의료해외진출법 제26조에 따라 시·도지사가 의료기관과 유치업자의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매출액 산정이 어려우면 10억 원 미만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비즈한국은 복지부에 의료해외진출법 제6·7·9조 위반 건수와 사법 처리 여부 등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복지부가 경찰청에 불법 유치행위 의심자 혹은 기관을 수사 의뢰한 건수는 단 1건도 없었다. 제6조와 관련해 검찰 송치 후 최종 판결 처리된 사례는 1건으로 확인됐으나, 이는 2018년 적발 사례에 대한 사법 처리 결과였다. 제7조 위반 사례나 제26조에 따라 과징금을 낸 의료기관이나 유치업자도 현재까진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6년 6월에 의료해외진출법이 제정되면서 신고 포상제,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방법 등이 법에 상세히 담겼다. 예전보다 불법 브로커들이 공개적으로 활개 치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불법 유치행위나 의료 서비스에 불만 사항 등을 신고받는 ‘신고상담지원센터’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상시 운영 중이고, 연 1회 유치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복지부·지자체·진흥원 인력이 합동해 불법 유치행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의견은 조금 다르다. 신현덕 코닥&미미 대표는 “정부의 주장에 완전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의료해외진출법 위반 사례가 적은 가장 큰 이유는 불법 브로커와 의료기관의 잘못된 공생 관계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불법 브로커들은 환자에게 자신들과 협업 중인 병원만을 소개하고, 그 대가로 병원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 현행법상 환자 유치 수수료율은 최대 30%까지 책정할 수 있는데 이에 만족하는 브로커는 드물다. 병원들도 수익을 남기려면 불법 브로커를 통해서라도 외국인 환자를 알선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브로커와 병원의 잘못된 관계 탓에 ‘신고자 포상제도’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의료해외진출법 제27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제6조, 제7조, 제9조를 위반한 자를 행정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고발한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포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총 3건에 불과했다.
포상금 액수가 크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8년 2건은 각 30만 원, 2019년에는 10만 원이 포상금으로 지급됐다. 반면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을 신고한 자는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2019년에는 한 신고자가 포상금 4353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의사 출신이자 법무법인 고도 대표인 이용환 변호사는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은 사무장병원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국가나 국민이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어 법적 처벌 제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의료기관들이 불법 브로커들의 횡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령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위법을 저지르는 유치업자나 기관의 자격을 박탈한다든지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단속 횟수도 늘려야 한다. 과징금 몇백만 원으로는 불법 브로커가 근절될 리 없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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