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아파트(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시공권 수주전에서 제기된 홍보규정 위반 사례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내달 6일까지 관할인 서초구 의견을 수렴해 국토교통부에 행정규칙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건설사의 공정한 경쟁과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인데, 현행 법규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 없이 규제완화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호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홍보 지침 위반 총 4건 적발
서울시는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를 신반포21차와 함께 ‘클린수주사업(선제적 공공지원)’ 1호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했다. 과열 조짐을 보이는 정비사업지에 시가 선제적으로 ‘지원반’을 투입하고 입찰 단계별로 공무원과 전문가가 입찰제안 및 홍보 과정의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서울시와 서초구 공무원, 변호사, 건축기술자로 구성된 합동지원반은 5월 12일부터 4일간 입찰참여사의 제안 내용과 홍보 과정에서의 문제를 검토했다.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 홍보지침 위반 사례는 29일 기준 총 4건 적발됐다. 앞선 합동지원반 검토 결과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양 건설사는 입찰제안서에 담기지 않은 내용을 제공하겠다고 조합원에게 홍보해 각각 주의 1회를 받았다. 그에 앞서 대우건설은 합동홍보설명회 개최 전에 SNS 등을 통한 홍보활동을 벌여 경고 1회를, 삼성물산은 조합 허락을 받지 않은 인쇄물을 추가로 배포하려는 시도가 적발돼 주의 1회를 받았다. 공식 홍보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초구는 소형텐트 규모로 지으라고 지시했지만, 조합이 양 건설사에 가설건축물을 짓게끔 허락해 서초구가 조합을 고발했다.
국토교통부 행정규칙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합동홍보설명회 이후 조합이 제공한 개방된 형태의 홍보공간에서만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 재건축조합 등 정비사업시행자는 시공사 선정 전까지 2회 이상 합동홍보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건설사가 지정되지 않은 홍보장소에서 개별적인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 하위 지침인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개별 홍보 행위로 경고가 3회 이상 누적되면 입찰이 무효가 된다.
#검찰에 넘겨도 무혐의·불기소…법적조치보다 행정지도로 ‘턴’
입찰 제안 내용에서는 양 건설사의 이주비 이자 대여와 대우건설의 ‘재건축리츠’ 등이 지적됐지만 행정지도에 그쳤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금융기관의 이주비 대출에 따른 이자 대여를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합동지원반은 양 건설사가 제안한 대여 이자가 시중 금리보다 낮아, 재산상 이익 제공 금지를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홍보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우건설은 분양가상한제 대안으로 일반분양주택을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에 넘기겠다는 ‘재건축리츠’를 제시했는데, 서울시는 허가사항인 정비계획 변경이 필요해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이행이 불가능한 내용을 제안서에 기재하면 도정법상 입찰방해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내용이 실현 불가함을 시공사 선정 총회 안내책자에 기재토록 조합에 지시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수사의뢰나 고발 등 법적 조치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슷한 혐의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9년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수주 경쟁 과열 양상을 보이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을 합동 조사했다(관련 기사 한남3구역 입찰 재개…현대·GS·대림 재참여 여부 촉각, 다크호스 나올까?).
합동조사반은 당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각각 ‘사업비 및 이주비 무이자 지원’, ‘임대주택 제로’, ‘분양가 보장’ 등으로 현행 도정법이 금지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검찰은 1월 행정당국이 적발한 범죄 혐의에 대해 무혐의(도정법 위반 및 입찰방해)와 공소권 없음(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 의뢰한 한남3구역도 검찰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행정당국이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완벽한 증거를 찾아서 고발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행정지도를 통해 위법소지가 있는 제안내용이나 홍보 등은 시정하도록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홍보 규정 명확해져야”, 삼성물산 “현행 법규 위반 감시·처벌 우선”
서울시는 이번 반포3주구 수주전 사례를 기반으로 홍보 관련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주거정비과를 중심으로 내달 6일까지 서초구 의견을 수렴하고 국토부에 행정규칙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사항을 정식 건의할 계획이다. 주된 내용은 홍보기간과 방식을 기본보다 늘리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찰 건설사의 공정한 경쟁은 보장하고, 조합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토록 한다는 취지다. 서초구 주거정비과에 따르면 5월 28일 현재까지 반포3주구 입찰 참여사의 홍보지침 위반으로 접수된 민원은 약 15건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시공사는 공사를 수주해 일을 해야 하고, 조합원은 충분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금의 홍보 규정은 어느 정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합동지원반 지원 결과를 수렴해 주거정비과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주거개선과 관계자도 “내달 6일까지 제도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홍보공간의 운용 시기를 ‘입찰 이후’로 앞당겨 홍보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SNS 등을 통한 비대면 홍보를 허용하는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재 홍보공간 규모에 대한 규정이 없어 두 건설사가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도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건설사의 홍보 관련 제도가 빨리 정비될수록 아웃소싱(OS) 요원을 통한 불법 홍보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전 재산을 건 인생의 중대사이다. 10일 남짓한 기간에 200쪽이 넘는 입찰제안서를 보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브랜드만 보고 뽑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홍보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층수와 옥상 활용 여부 등을 두고도 논쟁이 있었는데,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홍보공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사의 공정한 홍보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개인에게는 주거권이 달린 문제이고, 건설사에게는 향후 먹거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 위반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미약한 현 상황에서 제도 완화가 능사인지 의문스럽다. 지금 법을 지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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