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사회복지단체 ‘꽃동네’가 치매 노인 환자의 기초노령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엔 해당 환자의 연금을 횡령하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포착됐다. 꽃동네 측은 “당시 집행기관의 유류금품 처리 절차가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자가 복지부에 요양원 감사를 요청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보자 A 씨는 지난 15일 꽃동네가 어머니 B 씨의 기초노령연금을 보호자 동의 없이 사용했다고 비즈한국에 알렸다. A 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 B 씨가 2006년 꽃동네 노인 요양원 ‘구원의 집’에 입소했으며, 당시 B 씨를 대신해 기초노령연금 통장 위탁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 동안 보호자와 상의 없이 꽃동네 측이 B 씨의 연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잦은 현금 인출은 물론 치킨, 대게, 피자, 여성복 등을 결제한 항목도 있었다.(관련 기사 [단독] 국내 최대 복지단체 '꽃동네' 치매노인 기초노령연금 유용 의혹)
A 씨는 이에 더해 꽃동네가 B 씨 계좌 잔액을 전액 임의로 출금했다가 수개월 뒤 다시 입금한 사례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A 씨가 공개한 통장 거래 명세를 보면 꽃동네는 2012년 4월과 11월 두 차례 B 씨 통장에 든 전액을 인출했다. 금액은 270만~300만 원 선이었다. 출금된 금액은 각각 2개월, 1개월 후인 6월과 12월 다시 입금됐다.
A 씨는 “당시는 어머니가 아파서 요양원이 아닌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어머니는 두 달 입원 후 퇴원했다. 꽃동네에 입·출금 이유를 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기들은 더 이상 그 돈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출금했다고 하더라”며 “미리 돈을 빼뒀다가 어머니 상태가 호전돼 재입금한 거라고 했다. 보호자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어머니가 당시 돌아가셨다면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지도 모르고, 우리가 돌려받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어머니 돈을 눈 뜨고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점과 이러한 행동의 주체가 요양원이라는 점에서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지진 리버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수급자 사망 시 유류금품 처리 절차에 따라 보호자에게 연금이 귀속된다. 굳이 B 씨 입원 당시에 연금을 미리 빼뒀다는 건 적절한 조치는 아닌 것 같다. 그 돈을 쓰지 않았더라도 보관한 것조차 불필요한 조치다. 만약 그 돈을 다른 용처에 썼다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꽃동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2년 4월 당시 집행기관의 구체적 절차 미비로 유류금품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불가피하게 어르신이 위중할 경우 병원비 충당 등의 문제를 원활히 하려고 예금 잔액을 인출해 보관했다가 회복 후 재입금했다. 당사자가 돌아가신 후에는 예금을 인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민법에 따라 유류금품 처리 매뉴얼이 마련돼 어르신들이 위급해도 통장 잔액을 인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해마다 복지부에서 노인보건복지사업 지침을 발표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지침은 가이드라인, 즉 업무 참고용일 뿐이다. 유류금품 처리 제도는 민법과 관련된 사항이다. 지침처럼 최근에 만들어진 사항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절차가 미비해 처리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단순히 관련 기관 지침에 들어가 있지 않아서 시설에서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B 씨만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꽃동네 노인요양시설에는 대부분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 노인이 입소해 있다. 5월 21일 현재 입소자는 총 146명이다. 보호자가 없거나 연락을 거부하는 노인은 총 77명으로, 이들 중 본인이 통장을 관리하는 입소자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4명은 꽃동네 측에 통장과 급여 관리를 위탁했다. 꽃동네의 설명대로라면 B 씨처럼 예금이 인출되고도 아직까지 이를 모르는 입소자들도 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복지부가 2017년 실시한 ‘무연고자 유류금품 처리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요양시설에서 횡령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 201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는 무연고자 사망 후 125만 4900원이 이체됐는데 수령자가 불명확해 복지부에서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대구 서구의 한 노인요양복지시설이 2017년 무연고자 사망 후 275만 원을 유용한 사례가 있었다.
A 씨는 “지금 매뉴얼대로 잘하고 있으면 예전 일은 없던 일이 되는가.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아 연금을 돌려받았지만, 보호자가 없는 노인, 장애인들의 연금은 인출해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관련 기관에서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노령연금은 수급자 본인의 것이기에 요양원이 통장을 관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가족이 없더라도 법적 문제를 피하려면 ‘성년 후견인 제도’를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보호자가 보건복지부 감사과에 요양원 감사를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조속한 처리를 원한다면 꽃동네를 관리하는 음성군청에 감사를 의뢰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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