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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최대 복지단체 '꽃동네' 치매노인 기초노령연금 유용 의혹

보호자 A 씨 "치매 앓던 어머니 노령연금 유용" 주장…꽃동네 "치매증상 있었으나 의사표현 명확, 본인 동의 받아"

2020.05.27(Wed) 17:39:17

[비즈한국] 국내 최대 사회복지단체인 ‘꽃동네’가 노인요양원 입소자의 기초노령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꽃동네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호자에게 각서를 받고 입소자 본인의 동의를 받아 돈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호자는 입소자가 치매 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변호사들은 “나중에라도 보호자에게 명세를 알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꽃동네는 1976년 설립된 전국 최대 아동·노숙인·장애인·노인복지시설이다. 가톨릭 계열 ‘재단법인인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에서 꽃동네를 운영 중이다. 충청북도 음성군에 본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서울·경기권을 비롯해 해외에도 복지시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대 사회복지단체인 꽃동네가 치매 노인 입소자의 기초노령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보자 A 씨는 15일 “꽃동네에서 보호자인 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치매 환자인 어머니의 기초노령연금을 10년 동안 인출해서 썼다. 주일 미사 헌금, 기부금, 부활절 꽃바구니, 명절 세뱃돈, 치킨, 피자, 대게 등 보호자 동의 없이 사용한 돈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며 비즈한국에 알렸다.

 

#꽃동네 입소 당시 보호자에게 기초노령연금 통장 제출하라면서 각서 요구

 

A 씨는 2006년 어머니 B 씨(당시 78세)를 음성 꽃동네 노인 요양원인 ‘구원의 집’에 모시기로 결정했다.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였기에 A 씨가 지불해야 하는 요양비는 없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꽃동네 관계자는 A 씨에게 B 씨의 기초노령연금 통장 제출을 권유하면서 각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각서에는 B 씨 입소 이후 발생하는 어떤 문제든 요양원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B 씨 사망 후 B 씨에게 생긴 금전 및 물질적인 것을 요양원에 위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씨는 꽃동네가 B 씨가 자주 봉사활동 가던 곳이기에 믿고 통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꽃동네는 B 씨 입소 당시 A 씨에게 어떤 문제든 요양원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B 씨 사망 후 B 씨에게 생긴 금전 및 물질적인 것을 요양원에 위탁한다는 각서를 받았기 때문에 통장 사용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자료=꽃동네 제공


A 씨는 그 후 10년 동안 통장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그동안 꽃동네는 B 씨​의 연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A 씨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A 씨가 통장의 존재를 깨달은 건 2017년 3월. B 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으면서 A 씨가 꽃동네에 내야 할 요양비가 생겼기 때문이다. 

 

A 씨는 “10년 동안 통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게 궁금해서 물었더니, 직원이 ‘죄송하다’고만 하더라. 뭔가 수상해서 다음날 꽃동네를 찾아가 ‘필요한 돈을 앞으로 송금할 테니 통장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담당자가 ‘통장에 500만 원 정도 들어 있다. 이 돈이면 1년은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데 왜 가져가려고 하느냐’고 하더라. 30분간 실랑이 끝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5년 동안 현금 인출 수십 차례…꽃동네 “본인 동의 받아 헌금, 기부금, 세뱃돈 썼다”

 

그러나 A 씨가 돌여받은 통장은 4개의 통장 중 최근 통장 1개뿐이었다. A 씨는 “통장을 살펴보니 치킨 결제 명세가 있었다. 이상해서 다른 통장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항의할 경우 혹여 어머니가 해를 입을까 두려워 3년을 참았다. 올해 3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통장 거래 명세를 조회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A 씨가 공개한 B 씨 통장 거래 명세 일부. 꽃동네는 출금한 돈 가운데 100만 원은 기부금에 사용됐고, 그 밖에 헌금, 명절 세뱃돈, 성모의 밤 꽃 바구니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지출 내용은 금전출납부가 폐기돼 파악되지 않는다고 A 씨​에게 밝혔다. 자료=A 씨 제공


A 씨가 은행을 찾아 어머니의 통장 거래 명세를 조회한 건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조회 결과 꽃동네 관계자들이 식비나 진료비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에도 기초노령연금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A 씨가 공개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통장 거래 명세를 보면 꽃동네는 B 씨 통장에서 3만~10만 원 등 수십 차례 현금을 인출했다. 10만 원 이상을 찾은 일도 꽤 있었으며 100만 원이 한 번에 출금되기도 했다. 치킨, 대게, 피자 등 80대 치매 노인이 먹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음식들을 결제한 명세도 발견됐다. 

 

꽃동네 관계자는 현금 인출과 관련해 “대부분 진료비, 본인이 원하는 간식비에 썼다. 소액 현금 인출 건은 미사 헌금, 간식비, 개인용품 구매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100만 원 인출 건에 대해서는 “기부금은 어르신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기부서약서를 작성한다. 당시 인도 현지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는 B 씨가 기꺼이 후원을 원해서 100만 원 기부서약서를 친필로 작성하고 직접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금과 기부금은 B 씨 의사를 파악해 원하는 금액을 인출한 후 금전출납부에 B 씨 지장 날인, 담당자, 총장 순으로 결재 후 B 씨에게 현금을 전달했다. 이후 매월 결재를 올릴 때마다 B 씨의 의사를 확인했다. 보호자 입소 당시 A 씨가 각서를 작성한 바 있고 2015년 A 씨의 남편(B 씨의​ 사위)이 급여관리 지정동의서에도 동의한 바 있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꽃동네는 금전출납부에 B 씨 기초노령연금의 지출 내역을 수기로 적어 관리 중이었다. ‘진료비’처럼 사용처를 자세히 적은 항목도 있었으나 ‘현금인출’처럼 사용 내역을 알 수 없는 명세도 있다. 자료=꽃동네 제공


그러나 꽃동네가 비즈한국에 제공한 금전출납부를 확인한 결과 대게, 킹크랩, 환자용 식품 등 사용 내역을 비교적 자세히 적어놓은 항목도 있지만, 단순히 ‘현금인출’로만 작성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항목도 있었다. 

 

사용처에 대해 꽃동네 관계자들끼리 말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거래 명세 확인을 위해 지난 15일 꽃동네 담당자들을 만났는데, 담당자 C 씨가 현금 인출 용도를 ‘명절 세뱃돈’이라고 한 건에 대해 또 다른 담당자 D 씨는 ‘헌금’이라고 했다는 것. 또 2011년 이전 금전출납부는 아예 확인할 수가 없었다. 꽃동네 측은 2011년 이전 금전출납부는 폐기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호자가 각서를 작성했어도 꽃동네의 현금 인출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진 리버티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서류상 보호자와 꽃동네 사이에 법적 위탁 관계가 성립됐다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수급자에게 맞지 않는 사용처에 돈을 썼다든지, 목적이 불분명한 현금인출 명세에 수급자 동의를 받았다면 유용·배임·횡령 등의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받은 동의서 논란…꽃동네 “치매 증상 있었지만 의사 표현 명확”

 

또 다른 쟁점은 B 씨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치매 환자에게 받은 동의 서류가 과연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A 씨는 “꽃동네에 입소할 때 병원에서 받은 어머니 B 씨의 치매 진단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걸 내지 않으면 요양원에 입소할 수 없었다. 꽃동네가 어머니 치매 진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꽃동네 측은 “B 씨가 치매 증상이 있었으나 건강 상태가 양호할 때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고 의사 표현이 정확했다. 간식비·월 미사 헌금·진료비 등 현금 인출 건은 B 씨의 의사를 확인했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A 씨는 “어머니가 의사 표현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가 방금 한 말도 기억하지 못했다. 대화가 허울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지진 변호사는 “요양원은 할머니 통장을 관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다. 요양원 측은 본인의 자필과 지장으로 서면 허락을 받고 헌금, 기부금 등의 목적으로 돈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상대는 인지능력이 없는 치매 환자다. 본인 의사로 그 돈을 썼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보호자와 사용처에 대해 상의해야 했다. ​업무상 배임죄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꽃동네 관계자들이 10년 동안 이 통장에 든 돈을 어떻게 썼는지 내게 알리기만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지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지장을 받고 자필로 서명을 받아서 헌금을 내게 하고, 100만 원이란 돈을 기부하게 했는지 당황스럽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서류를 들이밀면서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또 “꽃동네 관계자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이 ‘제발 고소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우리 어머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통장을 꽃동네에 맡긴 모든 분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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