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명실상부 3·4세 경영시대다. 건재한 2세대를 뒷배로 두고 이재용, 정의선 등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섰다. 대부분 계열사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수업을 받는 형태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계자부터 베일에 싸여 있는 후계자까지 구석구석 조명했다.
본격적으로 3세 경영에 돌입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오너리스크에 상호(회사명) 관련 분쟁까지 겹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 타이어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6% 감소했고, 이에 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업다각화 포부를 밝힌 게 무색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변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기업명을 다시 바꿔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5일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낸 상호사용 금지 등 가처분 소송 결과, 재판부는 “부정한 목적이 인정된다”며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상표권을 침해하고 투자자에게 혼동을 준다”며 해당 상호를 쓰지 못하게 해달라고 지난해 11월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채권자인 한국테크놀로지가 8년 전부터 해당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고, 특히 동종인 자동차 전장사업 부문에 진출해 상호를 사용한 만큼 주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금전적 부담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에서 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부담해야 하는 소송비용에 간판, 선전광고물, 인터넷 홈페이지, 책자 등에 사용된 그룹 상호 변경 비용까지 더하면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지난해 상호를 변경하면서 내세운 신사업 전환 등의 포부 때문에 그룹의 체면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대책에 대해 묻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낼지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오너 구속에 상표권 소송까지 바람 잘 날 없는 3세 경영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해 3월 조양래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동생 조현범 사장 투 트랙으로 3세 경영체제에 들어섰다. 형인 조현식 부사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고, 동생인 조현범 대표가 그룹 사장과 주력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검찰이 조현범 사장에 대해 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 17일 1심 판결에서 조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조현식 부회장도 친누나 조희원 씨를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 1000만 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제가 나란히 실형은 면했지만 기업 이미지 타격은 돌이킬 수 없다. 검찰은 4월 8일 열린 재판에서 조현범 사장에게 “서열 40위권 한국타이어가 위상에 맞지 않게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운영돼 실망을 금치 못했다. 대기업 오너로서 을의 위치에 있는 하청업체에 적극적으로 뒷돈을 요구해 매월 급여의 전액을 내게 했고, 하청업체 임직원들은 갖은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느라 불법에 내몰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업 다각화 의지 밝혔지만…3세 경영 시작부터 삐끗
1970년생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미쓰비시상사에 입사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당시 한국타이어)에는 1997년 입사해 글로벌 해외영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쳐 2012년 한국테크놀로지그룹(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 부회장은 그룹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카앤라이프는 슈퍼카 및 프리미엄카 정비를 주요 업종으로 두고 자동차 구매 중개서비스, 딜러십 사업 등에도 진출해 있다. 사명 변경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알려졌다.
조 부회장의 동생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은 1972년생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한 뒤 2006년부터 옛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하다 2018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에 선임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사명을 변경해 자동차종합 부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타이어 부문 외에도 유통사업, 정비 사업 등을 강화해 비타이어 부문의 매촐을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오너 구속과 올해 초 상호 관련 분쟁이 불거지면서 전략을 보수적으로 변경했다. 최근 M&A 담당부서를 전략혁신실에 편입하는 등 신사업 관련 부서를 축소했다.
#오너가 지분 70% 이상…누나 조희원 씨 지분도 주목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관계를 살펴보면 2020년 3월 31일 기준, 조현식 부회장이 19.32%, 동생 조현범 사장이 19.31%,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23.59%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딸인 조희원 씨가 10.82%, 조희경 씨가 0.83%를 보유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70%가 넘는다.
주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도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73.92%를 갖고 있다. 2020년 3월 31일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최대주주로 30.74%를 갖고 있으며 조양래 회장이 5.68%, 조현범 사장이 2.07%, 조현식 부회장이 0.65%, 조희원·조희경 씨도 각각 0.72%, 2.72%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지분구조와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기업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마법과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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