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야쿠르트 배달용 전동카트(배달 카트)가 성인 달리기에 미치지 못하는 최고 속도에도 불구하고 차로로 주행을 해야 해 배달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현행법상 배달 카트는 보도를 주행할 수 없는 원동기로 분류돼서다. 일각에서 관련 법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동시에 한국야쿠르트 측에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부터 배달원에게 월 4만 원을 받고 임대하는 형식으로 신형 배달 카트를 공급했다. 기존 배달 카트는 배달원이 카트에 탑승할 수 없었지만, 신형 배달 카트는 배달원이 발판 위에 탑승한 채 이동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됐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면서 배달 카트가 원동기로 분류돼 법적인 분쟁 소지를 남겼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는 운전자가 탑승한 채 보도를 주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는데, 제품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배달 카트를 타고 보도를 주행하는 경우가 빈번해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지훈 법무법인 YK 변호사 “원동기로 분류되는 야쿠르트 배달 카트는 현행법상 차로로 주행해야 하는데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실 비율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사고 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뺑소니’로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야쿠르트 배달원 A 씨는 배달 카트를 타고 보도를 주행하다가 행인을 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서는 배달 카트에 대한 규제가 현실적이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달 카트가 원동기이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 차로를 주행하는 것보다 보도를 주행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 배달 카트의 최고 속도는 시속 8km로 일반 성인이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다. 실제 차로에서 배달 카트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쿠르트 배달원 B 씨는 “차로 갓길로 배달 카트를 운행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차로를 주행하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서 “이 경우 불가피하게 보도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저속의 배달 카트가 차선이 적은 차로를 주행할 경우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헬멧 외에 마땅한 안전장치가 없는 배달 카트의 특성상 배달원이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배달 카트를 원동기로 분류하는 현행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의 경우 최근 이 같은 문제점이 개선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원동기 장치 자전거 가운데 최고 속도 시속 25km, 총 중량 30kg 미만인 이동수단을 새롭게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야쿠르트 배달 카트는 규정 속도보다 느려도 중량(250kg) 기준을 초과해 자전거도로 통행이 여전히 제한된다.
배달 카트가 횡단보도나 보도로 올라오는 것이 무조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보도나 횡단보도를 주행할 경우 운전자가 카트에서 내려 배달 카트를 밀고 가야 한다. 하지만 편의상의 이유로 배달원들이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야쿠르트 측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월 2회에 걸쳐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야쿠르트 배달원에게 불가피하게 보도나 횡단보도를 주행할 경우 카트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한다고 꾸준히 전달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배달원이 관련 법규를 위반할 경우 지금보다 강화된 내부 페널티를 제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야쿠르트 배달원의 안전을 생각해 도로를 주행하는 차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개선된 신형 카트를 테스트하고 있다”면서 “신형 카트가 도입될 경우 배달원들의 안전이 더욱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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