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근대 100년을 합쳐 ‘서울 600년’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지금부터 약 2000년 전에 서울은 이미 백제의 수도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百濟本紀)’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웠는데, 이때가 전한 성제 홍가 3년(기원전 18년)이었다”고.
하남위례성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하지만 대략 지금의 서울 한강 유역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서 그 무렵 백제의 유물이 발굴되면서 고고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서울 600년? 서울 2000년!
삼국시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혹, 삼국 중 최초로 전성기를 맞이한 나라가 백제라는 사실도 알고 계신지? 이는 삼국이 처음 자리 잡은 위치와 관계가 있다. 삼국이 경쟁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한강 유역이었고, 가장 먼저 이 지역을 차지한 백제가 전성기를 맞았던 것이다. 전성기 백제를 이끈 근초고왕은 고구려를 공격해 당시 고구려의 고국원왕을 전사시킬 정도였다. 그 증거가 바로 이곳, 몽촌토성과 한성백제박물관에 오롯이 남아 있다.
몽촌토성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다. 지금도 몽촌토성 위에 서면 한강을 포함해서 일대가 훤히 보인다. 그러니 여기에 성을 쌓으면 적을 방어하기 쉬웠던 거다. 그런데 성이 아니라 흙으로 쌓은 언덕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때는 돌이 아니라 흙으로 성을 쌓았다. 그 토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니 얼마나 튼튼한지 알 만하다. 몽촌토성은 한강 유역에 자리를 잡은 백제가 쌓은 성이다. 그래서 몽촌토성 바로 옆에 한성백제박물관을 세우고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등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통해 백제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온조, 한강 유역에 백제를 세우다
한성백제박물관은 크게 세 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제1전시실에선 ‘서울의 선사’를 주제로 석기시대부터 백제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역사를 보여준다. 다음에는 ‘왕도 한성’이란 주제 아래 전성기를 맞은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마지막 ‘삼국의 각축’ 전시실에서는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삼국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그 옛날 풍납토성을 쌓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것이 보인다. 높은 토성 위에 군사가 경계를 서고, 아래쪽에는 백성들이 흙을 다져 나무틀 속에 집어넣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흙을 다져서 수천 년이 지나도 남을 토성을 지었던 거다. 그런데 왜 몽촌토성이 아니라 풍납토성이냐고? 몽촌토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풍납토성이 규모도 크고 유물도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은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의 아들이다. 배다른 형인 유리가 부여에서 찾아오자 어머니, 형과 함께 고구려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와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이 바로 백제다. 온조의 형인 비류는 지금의 인천 지역에 자리를 잡았지만, 나라를 세우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삼국사기의 기록처럼 온조는 ‘한수 남쪽의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다. 한수란 한강을 가리킨다. 하지만 위례성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백제 유물이 많이 나온 풍납토성을 위례성이라고 추측한다.
#한강을 둘러싼 삼국의 각축전
백제를 세운 것은 온조왕이지만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것은 근초고왕이다. 이때 고구려를 공격해서 황해도 일대의 땅을 빼앗았고, 마한 지역을 완전히 통합했으며, 바다 건너 중국, 일본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백제 다음으로 전성기를 맞은 것은 고구려였다. 4세기 말에 그 이름도 유명한 광개토대왕이 등장한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북쪽으로 영토를 넓혔을 뿐 아니라 백제를 공격해서 한강 유역 또한 차지했다. 왜구가 신라를 공격하자 신라를 도와 왜를 물리치기도 했다.
한성백제박물관 제3전시실에는 이 시기를 증언하는 유물이 있다. 경주의 왕릉에서 발견된 청동그릇에 ‘광개토’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광개토대왕릉비와 같은 글자체다. 당시 고구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에게 수도 한성(서울)을 빼앗긴 백제가 웅진과 사비로 이동해간 역사도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통해 그 당시의 역사를 충분히 살펴보았다면 이제 박물관 옆 몽촌토성을 거닐면서 역사의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발걸음을 올림픽공원 전역으로 이어가면 역사기행 겸 하루짜리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한성백제박물관은 코로나19 여파로 부분 개관 중이니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여행메모>
몽촌토성
△위치: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대로 424
△문의: 02-2147-3963
△운영 시간: 05:00~22:00, 연중휴무
한성백제박물관
△위치: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문의: 02-2152-5800
△운영 시간: 09:00~19:00,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아빠랑]
갑사에서 동학사까지, 부처님오신날 계룡산 트레킹
· [아빠랑]
'조선의 공부벌레'들을 찾아서, 성균관
· [아빠랑]
이번엔 놀이 말고 건축기행,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 [아빠랑]
단종 비극 품고 굽이굽이, 강원도 영월 여행
· [아빠랑]
장희빈의 저주, 사도세자의 비극…영욕의 창경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