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가수 도자 캣(Doja Cat)의 ‘세이 소(Say So)’가 드디어 5월 셋째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틱톡 챌린지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이 먹힌 덕분이었는데요. 재밌게도 빌보드 1위에 오른 곡은 솔로 버전이 아닌,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리믹스 버전입니다. 왜 리믹스를 만든 걸까요? 그리고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친 걸까요?
니키 미나즈 리믹스 버전은 기존의 노래보다 랩 비중이 올라갔습니다.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원곡과는 분명 다른 버전이기에 이미 ‘세이 소’를 들은 팬들이 다시 한번 이 노래를 들어볼 계기가 되겠지요. 신인급인 도자캣보다 더 유명한 니키 미나즈의 명성을 듣고 관심을 가진 경우도 있을 거고요. 리믹스 버전의 홍보 덕분에 이 곡은 빌보드 1위를 잠시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 한 도자캣의 ‘세이 소(Say So ft. Nicki Minaj)’.
리믹스 버전을 홍보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팝은 힙합의 강세가 두드러지는데요. 다양한 가사를 붙일 수 있고, 인터넷으로 가볍게 피처링 할 수 있는 힙합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리믹스 버전을 만들고, 곡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최고의 히트곡인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또한 다양한 가수들과 수없이 많은 리믹스를 만들어 내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BTS)의 알엠(RM)과 함께 리믹스 곡을 내기도 했죠. 덕분에 ‘올드 타운 로드’는 19주간 빌보드 1위를 기록한 싱글이 됐습니다.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2019년을 강타한 또 하나의 싱글, 리조(Lizzo)의 ‘트루스 허츠(Truth Hurts)’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가수들이 리믹스에 참여했죠. 그 중에는 한국의 보이밴드 에이비식스(Ab6ix)와의 콜라보 피처링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의 곡 ‘세비지(Savage)’가 급격히 차트에 오르고 있는데요. 이 곡 또한 선배 뮤지션 비욘세의 피처링으로 큰 관심을 얻었습니다. 강렬한 피처링으로 전혀 다른 매력의 곡을 만들어냈지요. 원곡을 피처링 해 멋을 더한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로 보입니다.
메건 더 스탤리언의 ‘세비지(Savage Remix (feat. Beyoncé)’.
전통적인 음악에서 피처링이란 방식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같이 곡을 만들거나, 최소한 함께 녹음에 참여해야 했죠. 모든 음악이 ‘컴퓨터화’ 된 요즘은 다릅니다. 이미 있는 곡에 녹음본을 살짝 입히면 됩니다. 깊은 음악적 교류나, 새로운 재해석 같은 게 딱히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음악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지만, 너무 쉬워져서 오히려 ‘게으른 피처링’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 셈입니다.
피처링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후배 뮤지션을 소개한다는 멋진 의도가 있습니다. 음악에 새로운 구성원을 추가함으로써 재해석한다는 뜻도 되지요. 하지만 곡의 생명력을 늘리기 위한 게으른 영업 방식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상업성이고 어디까지가 새로운 예술일까요? 결국엔 듣는 사람들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팝 차트의 리믹스 열풍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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