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재건축사업 시공권 수주경쟁 현장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을 줄이는 꼼수가 등장했다. 착공 및 준공시기를 늦춰 과세표준격이 되는 초과이익 산정시점을 주택가격이 높은 시기로 맞추고 초과이익 산정액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국토부는 오히려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던 시기의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을 공제받지 못해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마감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대우건설은 재초환 해법으로 사업기간 조정을 제안했다. 입찰제안서에 적은 착공시기와 공사기간은 각각 2022년 3월, 38개월 이내(2025년 6월까지 준공)인데,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절감을 위해 사업개시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대기 기간이 늘어날 경우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150억 원까지 부담하고, 조합이 사업대기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이 금액을 외관, 마감재, 설계 등에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경쟁사인 삼성물산과 착공시기(2021년 5월 15일)와 공사기간(34개월 이내)에서 각각 10개월, 4개월이 뒤처지는데, 재초환 부담금 감경을 위해 조합이 무상으로 최대 5년까지 사업을 지연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재건축초과이익 최대 50%까지 환수…사업기간 길면 준공 전 10년부터 초과이익 계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국가가 재건축사업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을 금액에 따라 10%~50%까지 누진적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은 재건축사업기간에 오른 집값 상승분에서 정상주택가격상승분과 개발비용을 뺀 가격으로 본다.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은 사업개시 시점의 집값에 사업기간 동안 해당 시·군·구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또는 정기예금이자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재건축사업을 하지 않아도 올랐을 집값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고 주택가격 안정화와 사회적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사업장부터 재초환을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건설사가 사업 지연을 홍보수단으로 내세운 이유는 초과이익 산정 시점 때문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기간은 재건축사업을 위해 최초로 구성되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일로부터 건물 준공일까지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준공일로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부과개시 시점으로 본다. 사업 기간이 긴 재건축사업장은 준공 시점에 따라 초과이익과 부담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반포3주구의 경우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꾸려져 향후 준공 승인일을 기준으로 10년 전이 부과개시시점이 된다.
#대우 “준공 미뤄 개시시점 주택가격 높인다” vs 국토부 “높았던 정상주택가격상승분 포기” 이견
대우건설 제안은 재초환 부과개시 시점을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기로 맞춰 초과이익을 낮추는 구상이다. 입찰제안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준공 예정일은 최대 2025년 6월까지로, 이 경우 부과개시 시점은 준공 10년 전인 2015년이 된다. 대우건설은 최근의 공시가격 급등 상황을 활용해 착공을 3년가량 미루고 개시시점을 2018년으로 조정하면 부과개시시점의 주택가격이 높아져 초과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반포3주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단지명 에이아이디차관주택, 72.51㎡ 기준)은 2015년 8억, 2016년 8억 6400만 원, 2017년 9억 4400만 원, 2018년 11억 2800만 원(41%), 2019년 12억 6400만 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8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게시물에서 “만약 공시지가 급등 상황을 활용해 개시시점을 2018년으로 조정한다면 개시시점의 주택가격이 훨씬 크게 적용되므로, 의도적인 사업지연을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을 줄어들게 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원 입장에서 세금 절감을 위해 사업지연을 선택한다면, 개시시점을 조정하는 만큼 공사비에 물가상승이 반영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우건설은 물가상승율에 따라 공사비가 인상될 경우 최대 150억 원의 공사비까지 대우건설이 부담하겠다는 조건까지 제안해 고민거리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이 준공일을 미룰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일대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아 공제받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초구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2015년 초 89.0에서 2019년 말 109.8로 20.8(23.37%), 연평균 4.16(4.67%) 올랐다. 반면 2018년 초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매매가격지수는 102.9에서 2019년 말 109.8로 6.9(6.71%), 연평균 3.45(3.35%) 증가했다. 2019년에는 한 해 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이 1.86%로 둔화했는데, 국토부는 현재의 집값 안정세로 미뤄보아 예년과 같은 주택가격상승률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서초구의 주택가격상승폭은 20% 가까이 된다. 하지만 부과개시 시점을 2018년 이후로 미룰 경우 집값이 많이 올랐던 이 시기의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을 적용받지 못해 부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주택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데 과연 향후 상승률이 예전처럼 7%, 8% 수준으로 올라갈지 의문이다. 2019년의 주택가격상승률 수준을 유지할 경우 3년간 총 6%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초과이익에서 빼주는 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건설사가 수주 위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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