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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도 서러운데 원상회복까지…' 자영업자 울리는 임대차 분쟁

폐업 늘면서 분쟁도 늘어…'조정자' 임대차조정위도 임대인이 피하면 방법 없어

2020.05.20(Wed) 13:28:16

[비즈한국] 경기도 평택에서 7년간 PC방을 운영해온 A 씨는 지난 3월 가게를 접었다. 임대인은 A 씨에게 계약서에 적힌 ‘계약 종료 시 원상으로 회복하여 반환한다’는 문구를 들어 2452만 원이 적힌 원상회복 공사 견적서를 내밀었다. 보증금 3000만 원에서 공사비용을 빼면 6분의 1가량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서울 종로의 한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A 씨는 “텍스 시공에 도배까지 책정한 건 일반적이지 않다. 다시 견적을 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임대인은 받아들이지 않다. 결국 ​A 씨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피신청인인 임대인이 응답하지 않아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고 A 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보증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A 씨는 아직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A 씨는 “임대인이 책정한 원상회복 견적서와 내가 업체를 통해 산정한 원상회복 견적서의 금액이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부당하다고 생각해 조정을 신청했지만 결렬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인 요구를 따를까 하다가 결국 비용 부담을 각오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원상복구’ 범위​는 어디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늘고 있다. 부동산114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3월 서울의 휴게음식점 폐업률이 77.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조정 신청은 전체 조정 신청 가운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법무부에서 관련 문의가 들어와 알아본 적이 있다. 보증금 반환 조정 신청이 ​​아직까지 ​예년보다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추후 가능성이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 사례와 같은 ‘원상회복 의무’ 관련 분쟁도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 있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을 반환할 때는 원상회복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계약서에 적힌 원상회복 의무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 의견이 다를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과도한 원상회복 의무를 요구하는 경우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동주 법무법인 젠 변호사는 “자영업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원상회복 관련 분쟁도 늘었다. 대부분 가게를 시작할 때 인테리어를 새로 하기 때문에 폐업 또는 가게 이전 시 원상회복 관련 분쟁이 많다”고 설명했다.

 

원상회복 관련 다툼에서 문제가 되는 건 ‘원상복구의 범위’다. 100% 똑같이 복구해야 하는지,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복구해야 하는지, 복구를 안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지 등 판례에 기초해도 각각의 사례가 달라 조율이 어렵다.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복구를 요구하는 임대인과 자신이 설치한 시설만 복구하려는 임차인의 분쟁도 자주 벌어진다. 커피숍을 운영하다가 가게를 접은 B 씨는 커피숍을 운영하던 전 임차인으로부터 ‘임차권’을 양수했는데 계약 완료 후 임대인이 이전 시설까지 복구를 요구해 소송까지 나서게 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전 임대인이 설치한 인테리어는) 현 임차인이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전 임차인으로부터 권리를 양수받은 경우이기 때문에 전 임차인이 해놓은 인테리어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동주 변호사는 “B 씨 사례에서 핵심은 제3자의 새로운 임대차 관계가 발생했느냐, 아니면 기존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양도했느냐의 차이다. 후자라면 전 임차인의 인테리어까지 원상회복해야 한다. 이처럼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세부 사례마다 다르고 재판부 판결도 계속해서 달라지는 만큼 처음 계약서 작성부터 임차인과 임대인이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가장 좋다”고 전했다.


#강제조정 법률 개정안 3년째 국회 계류​

 

임차인을 도와야 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와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임대차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심의·조정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피신청인이 조정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경우 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4월 17일 법무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추가 설치하고,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주택·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조정 절차 개시의 제한을 없애는 내용은 빠졌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2016년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의 조정 신청이 있으면 임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3년이 넘도록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한쪽만 조정을 원하고 다른 쪽은 조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개시되지 못하는 경우가 현장에선 많다. 내부에서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논의한 바 있지만 아직 법률 개정 움직임이 적극적이진 않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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