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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흔들리는 아시아나·대우조선해양 매각

업황 악화로 현대산업개발 인수 연기, 포기론도 솔솔…현대중공업은 '예의 주시'

2020.05.18(Mon) 16:37:16

[비즈한국]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산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굵직한 M&A 건들이 위기를 맞았다. 산업은행이 거래를 주도한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건이 대표적인데,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계약금을 버리더라도 인수 포기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의 경우 “인수 의사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지만 물밑에서 산업은행 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굵직한 M&A 건들이 위기를 맞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기한 연기

 

지난해 크리마스마스 이틀 뒤인 12월 27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금호산업 보유분 30.77% 포함) 취득 계약을 체결하며 항공업 진출을 눈앞에 뒀다. 코로나19 초기였던 올 3월까지만 해도 이런 결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실적 악화 및 주가 급락에도 현대산업개발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고 인수자금 조달 또한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이 영업 중이던 미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 등 해외 6개국 가운데 미국·중국 등 5개국이 승인함에 따라 해외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도 분명 호재였다.

 

하지만 4월이 되면서 현대산업개발 안팎에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업황 악화가 심화되면서 4월 초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가 연기됐고, 4월 말 예정이었던 회사채 발행 계획도 중단됐다. 그리고 지난 4월 30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마저도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이 경과한 다음 날 혹은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수를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채권단 배려에도 ‘포기’ 가능성 솔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는 인수를 주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전체 영업손실은 4437억 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 원에 달한다. 입찰 당시 경쟁사였던 애경그룹 제주항공보다 1조 원 더 높게 적어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게 됐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적정 가치보다 더 비싸게 주고 인수하는 셈이 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어렵게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킨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의 채권단도 현대산업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총 3조 3000억 원을 대출해주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아예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금액의 10%인 계약금만 지불한 상황인데, 무리해서 인수를 진행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현대산업개발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을 버리고 아예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관계자는 “2500억 원가량의 계약금이 계약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밖에 안 되지만, 계약을 포기할 경우 그마저도 아예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 포기 가능성은 낮게 본다”면서도 “인수 측의 자금 상황을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전망 나빠지면서 현대중공업도 예의 주시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 결정 때만 해도 최대 수혜자로 불리며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유가 급락과 코로나 확산 이후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다소 복잡한 방법을 만들어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거래는 통합법인인 한국조선해양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55.7%)이 현물 출자되는 형태다. 그리고 한국조선해양은 1조 2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유상증자, 1조 5000억 원)하는 방식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살려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는데, 현대중공업은 장기적으로는 1조 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당장 큰 출혈 없이 시장 가치 2조 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인수하게 돼 채권단과 현대중공업 모두 ‘윈윈(Win-Win)’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조선·해양산업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019년 1월 3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에 관한 조건부 MOU가 체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유가가 급락하면서 조선·해양산업 불황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현대중공업그룹이 처한 상황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현대중공업지주 1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5조 71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487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1445억 원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게다가 조선·해양산업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예의 주시하는 대목이다.

 

앞서의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무리한 구조의 인수 방식도 아니었고, 현대중공업도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냐”면서도 “아시아나항공만큼은 아니지만 현대중공업의 상황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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