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앞으로의 주택 정책은 기존의 ‘1가구 1주택 소유’의 의식 구조를 ‘1가구 1주택 거주’ 개념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시책해 나가고자 합니다. 주택 구입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임대 주택을, 중산층을 위해서는 분양 주택을 건설·공급해 나갈 것입니다.”
누가 한 이야기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대책 발표? 모두 틀렸다. 놀랍게도 1982년 2월 26일 당시 국무총리였던 유창순 씨가 국회 임시회의에 출석해 이야기한 내용이다. 1982년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째로, 서슬 퍼런 군사 정권 시절이었다. 이 이야기는 약 40년 동안 대부분 정부에서 반복해 활용하고 있다.
역대 정부 중 부동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정부는 없다. 유창순 전 국무총리의 이야기 이후 대한민국은 집이 필요한 곳은 집이 부족했고, 집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집이 남았다.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주택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운반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성질, ‘부동성’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양이 증가하지 않는 성질, ‘부증성’이라는 특징도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입지는 정해져 있고, 그 입지를 필요로 하는 수요만큼 물리적으로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시장 유동성이 더해져 집값의 양극화가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부동산 특성상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이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이러한 고민을 해소해 주기 위해 더 많은 정책적인 노력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은 7만 세대 공급, 재개발·소규모 정비사업 속도 높일 계획
2020년 5월 6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총 7만 호의 주택을 지을 부지를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해 온 서울에 무려 7만 세대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걸 보면 이전 정책을 반성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조합 갈등,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 정체 중인 재개발 사업에 공공참여를 통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공공성도 부여해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용적률 규제 완화 등 편의를 제공해 사업 추진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하며, 수급 상황에 따라 필요 시 추가 공급이 가능하도록 신규 공급 후보지도 관리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급 방안과 물량은 △정비사업 활성화 4만호 △유휴공간 정비 및 재활용 1만 5000호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 추가 확보 1만 5000호 등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서울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나타나던 과열 양상이 최근 안정화됨에 따라, 장기적인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해 시장 안정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급 측면에서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공급대책으로 2023년 이후 수도권에서 ‘연 25만 호+α’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의 신규주택 수요인 연 22만 호를 매년 3만 호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30만 호 공급계획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이르면 내년부터 공급을 시작하는 등 조기 공급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코로나19 이슈 속에서 체크해야 할 세 가지
5·6 부동산 대책에 대한 총평은 다음과 같다. “시장전문가인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김학렬 소장 본인이 지난 3년 동안 적폐라는 비판을 들으며 매일 칼럼과 방송으로 제안했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부동산 수요 공급의 현실을 정부도 이젠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다소 해소되겠지만 여전히 시장은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2020년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 질환으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수 개월에 걸친 경제 전반의 위기 상황 때문에 많은 경제 관련 행위가 중단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이 폭락할 수도 있다. 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화될 수도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만 보면 강남 3구의 시세가 6주 연속 하락했다. 양천구, 영등포구 등 기존 인기 지역도 같은 기간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고 있다. 시세 하락에는 위에서 설명한 경제적·심리적인 위축의 영향도 있겠지만, 표면적인 이유보다 정확한 거래 내용을 봐야 한다.
3가지만 체크해 보자. 첫째, 급매물이 쌓이는지, 둘째, 신규 청약 시장에도 문제가 생겼는지, 셋째, 전세가격도 하락하는지 말이다.
첫째, 현재 급매물 거래는 6월 1일 재산세 기준일 전에 매도 희망 매물과 10년 보유 주택 양도세 한시적 감면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매물들이 거래된 이후에는 매물이 거의 없다. 대부분 정상가 매물들이다. 급매물이 쌓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신규 청약은 오히려 더 잘 되고 있다. 분양 완판은 물론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고양시 덕양구 덕은지구 2개 단지 분양도 완판됐다. 구축 거래 시장은 위축됐는지 모르지만, 신규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더 집중되고 있다.
셋째, 전세 시세는 작년 초 이후 단 한 번도 조정 없이 꾸준히 보합 또는 상승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서울의 경우 3년 연속 사상 최대 입주 물량 속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7월 본격적인 하반기 이사 시즌이 시작되면 전세 신고가들이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칼럼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2~3개월의 단기가 아닌, 최소 1~2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집중해야 할 것은 당장 이번 주의 가격 등락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가 흔들렸는지, 그래서 수요층이 급감했는지 혹은 증가했는지다.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라면 몇 주간의 등락은 무시해도 좋겠다.
이번 5월 6일 대책은 ‘공급 대책’이다. 공급으로 이러한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발표된 정책이다. 공급 정책이 하루라도 더 빨리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그 전까지 서울은 여전히 공급 부족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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