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트럼프 눈치 그만' 미국 병원들, 한국 진단키트 수입하나

긴급사용 승인 받고도 CDC 눈치 보느라…치료제 개발 지연되며 병원 직접문의 늘어

2020.05.08(Fri) 17:21:06

[비즈한국] “요즘 막힌 게 좀 뚫린 느낌입니다.”

 

국내 한 의료품 도매상은 최근 들어 미국으로부터 진단키트 수출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그간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입을 보수적으로 검토하던 미국 의료기관들이 전향적 태도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또 수입업자가 아닌 병원들로부터 직접 문의를 받는다고 한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내 의료용품 도매상들과 현지 의료진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 환영 메시지는 정치·외교적 발언이었다. 사진=EPA/연합뉴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EUA) 승인을 받은 국내 회사는 6곳으로, 제도적으로 이들은 얼마든지 미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에 부정적으로 대처하며 정작 수입주체인 병원들은 그동안 정부 눈치 보기 바빴다는 것이 현지 의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한국계 의료진은 “의료기관들은 CDC 눈치를 보느라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환자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미국산 진단키트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입 규제가) 느슨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3월 뉴욕의 종합병원으로부터 진단키트 주문을 받아 수출했다가, 주문을 취소하는 바람에 곤란한 상황을 겪은 수출업자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문 취소된 진단키트가 급매로 풀린 일도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의료 용품 등 건강·안보와 관련한 제품을 자국에서 생산해 소비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이 때문에 의료용 마스크도 수입하지 않고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들이 제조해 기부한 물품에 기대고 있다. 메릴랜드주가 한국 EUA 승인을 신청한 랩지노믹스로부터 진단키트를 수입한 걸 연방정부가 비판하며 수입을 막겠다고 나선 데에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또 CDC​ 허락 없이 의료진이 진단키트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의학적 책임으로 일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의료진은 “현재 제너럴일렉트릭(GE) 헬스케어 등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개발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에 CDC가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 억제를 풀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 기업을 방문, 연구원들의 시험 수행을 지켜보고 있다. 치료제 개발이 지연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국내 의료용품 도매상들과 현지 의료진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진단키트 수입 환영 메시지는 정치·외교적 발언이다. FDA가 긴급사용 승인을 해줬지만 의료기관들이 CDC 눈치를 보느라 실제로는 수입된 사례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이 지연되고 미국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한국산 진단키트의 수입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도매업자는 “최근 미국 병원이 가격과 물량이 맞으면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한국산 진단키트의 제품설명서를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의약품 유통 방식이 달라 실제 수출이 성사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한국 기업인은 “한국은 총판이나 도매상이 진단키트를 대량 매입해 수출하지만, 미국 병원들은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해도 정작 거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문재인 대통령, 대기업 광폭 행보…코로나 극복 위해 손 내미나
· [실패談] '아이디어 좋아도 돈 없으면…' 학원버스 공유 스타트업 자금난 극복기
· 코로나19 치료제 둘러싼 전 세계 '총성 없는 전쟁'
· 메디톡스 청문회 연기, '허가취소' 뒤집을 수 있을까
· 줄기세포, 구충제, 혈장… 코로나 치료 정말 가능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