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005년 불법 조성한 고 정세영 HDC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묘지가 15년째 그대로인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고 정세영 회장의 묘지는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다. 2005년 양평군청은 이 땅 주인인 정몽규 회장을 불법묘지 조성 명목으로 검찰에 고발해 벌금이 부과됐다.
이후 2016년 HDC현대산업개발은 묘지 근처에 조성된 불법 조형물을 옮기고 양평군청에 찾아가 묘지 이장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묘는 이장되지 않았고 지금도 이행강제금을 내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묘지 근처 소나무와 잔디 등은 HDC현대산업개발 계열사가 관리하고 있다. 비즈한국이 현장을 찾았다.
#2005년 상수원보호구역 내 불법 조성
고 정세영 HDC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묘지는 2005년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일대의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조성됐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되며 묘지 역시 조성할 수 없다. 상수원보호구역에 묘지를 조성하면 장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양평군청은 2005년 고 정세영 회장의 묘지가 조성되자 정몽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 회장에게 벌금이 부과됐지만 불법으로 조성된 묘를 국가·지자체에서 강제로 이장할 수 없기에 묘지는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문제는 2015년 다시 불거졌다. 고 정세영 회장의 추모 10주년을 맞아 대형 조형물 등을 묘지에 설치한 것. 이에 양평군청은 정몽규 회장을 또다시 검찰에 고발했고 벌금이 부과됐다. 불법으로 조성된 묘지를 이장하지 않으면 1년에 최대 두 번, 각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정몽규 회장은 매년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다음해인 2016년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 조형물을 치우고 양평군청에 묘지를 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양평군청은 이행강제금을 집행하는 대신 이장명령을 내렸다.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지금까지도 계속 관리
그러나 이장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고 정세영 회장의 묘지는 5월 초 기자가 찾았을 때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묘지에는 남성 3명이 주변 소나무 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HDC아이서비스 소속이라고 밝혔다. HDC아이서비스는 ‘도매 및 건축물 관리서비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며, HDC그룹 지주사인 HDC(주)가 56.56%,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9.4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HDC(주)의 지분 33.6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정몽규 회장 소유 토지에 조성된 묘를 정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셈이다. 고 정세영 회장 묘역에는 소나무 외에 겨울에 따뜻하게 관리해야 하는 백일홍나무도 있었다. 선영에 올라가는 길에는 고 정세영 회장이 개발한 ‘포니 자동차’를 본뜬 조형물도 설치돼 있었다.
현장에서 나무를 관리하던 HDC아이서비스 직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요청으로 소나무와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왔다. 수시로 선영을 방문해 나무를 관리하고, 다 자라면 HDC현대산업개발에 넘겨준다. 겨울에는 백일홍나무를 따로 관리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묘지를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가 요청하면 방문해서 나무를 돌본다”고 말했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2016년 이장명령 이후 묘지를 이장하지 않았기에 현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 번에 500만 원이 부과되며 1년에 최대 두 번까지 부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회사가 선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몽규 회장이 개인적으로 관리인을 두고 있으며, 이 관리인이 HDC아이서비스를 고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법 묘지 조성에 대해선 “정몽규 회장 개인 일이기에 HDC현대산업개발에서 할 말은 없다”고 대답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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