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메디톡스 ‘메디톡신주’의 품목허가 취소를 둘러싼 청문회가 당초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열리기로 했지만 한 차례 연기됐다. 이 청문회는 허가 취소 결정 전 최종 청문인데 메디톡스가 변론을 통해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는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의약품이라 허가가 취소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메디톡스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지만 관련 업계는 허가 취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관계자는 “오늘(4일) 청문회가 열리지 못할 것 같다. 청문회를 진행하는 주재자의 건강상 이유다. 해당 사실을 기업에 알려야 한다. 주재자는 식약처 내부 공무원이나 외부 전문가에 해당한다”며 “추후 메디톡스 측과 일정을 다시 잡아 청문을 진행하려 한다. 언제 열릴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4월 17일 식약처는 메디톡신주 50단위, 100단위, 150단위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고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제품 생산, 원액 및 역가(효능 강도) 정보 조작을 통한 국가출하승인 취득, 허가 내용 및 원액의 허용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를 기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메디톡스는 지난 19일 대전지방법원에 식약처의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9일 법원이 메디톡스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메디톡신주는 여전히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청문회에서 식약처와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허가 취소 결정에 대한 의견을 각자 피력하고 이에 따라 식약처의 판단이 무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게 될 전망이다. 약사법 제77조는 의약품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열어 기업의 소명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메디톡스 전 직원이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 사이에 생산된 메디톡신주의 일부가 제조 과정에서 변경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 전 직원의 제보는 이번 논란의 발단이다. 메디톡스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2012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생산된 메디톡신주는 이미 오래전에 소진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시점에서는 어떠한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우선 메디톡신주가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초래하는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메디톡신주에 제재를 가한 근거는 ‘의약품이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초래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약사법 제71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메디톡스 측은 과거 특정 시점에 생산한 제품에서만 공중위해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유통하고 있는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톡스 측은 “현재 유통 가능한 메디톡신주는 2017년 4월 이후 제조된 의약품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과 2018년 진행된 식약처 유통 제품 수거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고, 2019년 식약처의 특별 약사 감시 및 유통 제품의 무작위 수거 검사에서도 유효기간 이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은 왜 무허가 원액으로 제품을 생산했으며 허가 내용과 원액 및 역가 정보를 조작해 국가출하승인을 취득하고, 허가 내용과 원액 허용 기준을 위반해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했는지다. 메디톡스가 이러한 사실에 대해 허가 취소 처분을 뒤집을 만한 증거나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면 식약처의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이 취소되기 어렵다. 나아가 최종 허가 취소 결정 수순이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계는 메디톡신주의 허가 취소 쪽을 점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는 지금 사태의 핵심인 허가 당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질의할 것이고 메디톡스는 그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서 그동안 주장했던 대로 현재 유통되는 제품은 문제가 없고 해외 진출 어려움 등을 토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문회로 결과가 번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행정소송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메디톡스가 허가 자료와 품질 관련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메디톡스도 인정했기에 쟁점이 될 부분이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보사 역시 고의로 허가 자료를 조작해 품목허가 취소가 됐는데 메디톡스도 같은 경우라 품목허가 취소에 해당한다. 만약 뒤집힌다면 식약처 스스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부정한 것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법적으로 허가 자료 위조에 대한 과중한 처벌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를 예방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신이 허가 취소 결정 전 이뤄지는 최종 관문에서 식약처를 설득하지 못하면 메디톡스주는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허가가 취소되면 메디톡스는 1년 동안 동일 성분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그러나 메디톡스가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커 최대 3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최종 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비공개 청문이기 때문에 어떤 점을 소명할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허가 취소 시 행정소송은 물론 메디톡신주와 관련해서 모든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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