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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6] 이상의-오래된 미래

2020.05.04(Mon) 11:54:54

[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내 마음의 정원-봄이 오는 소리: 85.5×45cm 나무에 옻칠재료기법 2016-2019

 

‘오래된 미래.’

 

문명 발달로 예정된 환경 재앙에 대한 경고가 담긴 책이다. 스웨덴 환경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이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에서 인도 북부 오지 마을 라다크에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전통 가치관의 붕괴와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타난 환경 파괴를 비판했다. 

 

‘미래가 오래전에 있었다’는 모순된 글귀처럼 이중적 의미도 지니고 있어 현재적 명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예정된 불행이라는 부정적 의미와 함께 ‘가치의 영속성’이라는 의미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유효하며 앞으로도 통하는 가치. 보편성이다. 예술에서 보편성은 오래된 미래 같은 아름다움을 뜻한다. 시간을 넘어서는 영속적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움이다. 

 

내 마음의 정원-맨드라미가 있는 정물: 38×75.5cm 나무에 옻칠재료기법 2019, 내 마음의 정원-목련이 있는 책가도: 38×75.5cm 나무에 옻칠재료기법 2016, 내 마음의 정원-카라가 있는 정물: 38×75cm 나무에 옻칠재료기법 2018(왼쪽부터).

 

이런 아름다움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사랑이나 선이 지닌 본성적 가치, 자연이 일깨워주는 절대 가치 같은 것. 일출이나 일몰, 달의 순환이 보여주는 절대 감정 같은 것들이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현대 감각에도 어울리는 아름다움. 옛 것에서 미래를 보는 심미안을 가진 예술가들은 이처럼 ‘오래된 미래’ 같은 예술 창조를 추구한다. 논어에 나오는 ‘온고지신’이나 연암 박지원이 말한 ‘법고창신’ 같은 세계다. 우리 미감의 핵심에 있는 아름다움이 그렇다.

 

따라서 우리 전통 미감에도 오래된 미래가 보이는 것이 있다. 이를 고졸한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소박하지만 현대적 감성에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이다. 

 

내 마음의 정원-달밤: 70×35cm 나무에 옻칠재료기법 2017


 

이상의가 다가서려는 작품 세계도 여기에 속한다. 그의 작품은 오래된 자개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전통 공예 유산인 옻칠과 자개 기법을 응용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성의 회화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오래된 미래처럼 모순된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전통 자개공예에서 나오는 무채색 톤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자개와 달걀껍질을 이용한 정교하고도 화려한 장식미를 결합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품 내용에서도 같은 느낌을 실험하고 있다. 문인화 풍의 단순한 구성에다 전통 민화의 화려한 장식미를 융합하는 도전적 작업이다. 이러한 모순적 시도가 그림으로서 성공적 시각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이상의 회화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잊고 있던 고품격 우리 미감을 되살려낸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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