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물 타격이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부터 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 무더기 신용 강등이 거론되는 업종으로는 항공, 자동차, 호텔, 면세점, 정유, 화학, 영화관, 디스플레이, 외식 등이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라 재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용평가는 기본적으로 현재 기업의 재무상황과 향후 전망을 고려해 이뤄진다. 신용등급이 강등하면 기업은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아울러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는 기관투자가도 평가손실을 보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매수를 꺼리게 돼 저 신용등급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자금조달 실패로 흑자 도산에 빠지는 기업들도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올 들어 신평사들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이 쇄도하고 있다. 1월 하순 이후 4월 말까지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하향’ 판단한 국내 기업 수는 45곳에 달한다. 그 중에는 현대차, 기아차,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제철, KCC,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LG화학, 이마트,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 4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주요 증권사드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줄강등을 예고한 상태다. 무디스는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급부상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자금경색으로 유동성 리스크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4월 국내 3개 신평사가 기업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을 낮춘 것만 22건에 달했다. 중복되는 사례도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SK에너지, 에쓰오일, 한화솔루션, 롯데쇼핑,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신원, 호텔신라, 호텔롯데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풍산에 대해선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도 강등했다.
한국신용평가는 CJ CGV를 ‘부정적’에서 3개월 내 등급 강등 대상인 ‘하향검토’에 넣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성엘텍, 넥스틸,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신평사들이 하향검토 대상(워치리스트)에 올린 기업은 14곳에 달한다.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 달 신용등급발 위기 발생을 경고했다. FSB는 주요 20개국(G20) 합의에 따라 금융 분야 규제와 감독 관련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FSB는 “주요 기업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시장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돼 유동성 부족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업 신용평가와 관련해 한기평, 한신평, 나이스평 등 3개 국내 신평사에 “기업 신용등급 조정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과 부도율 상승까지 악화될 것으로 본다”며 “신용평가시장에 세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당국의 입장과 달리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의 경우는 다르다. 국제 신평사들은 국내 신평사처럼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워 엄격한 잣대를 대기 때문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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