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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정부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 도화선"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부자를 위한 '부동산정책' 아닌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으로 대전환 해야

2020.04.29(Wed) 09:51:03

[비즈한국]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80석을 확보하며 대승을 거뒀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의원 5석 순으로 나머지 의석을 가져갔다. 180석이면 다른 정당의 협조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4년 만에 여대야소 구도가 만들어진 국회는 개원 이후 어떤 의제를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까.  

 

“주거정책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를 국가는 해결해야 한다. 외국 정책의 요체가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주거정책’인 이유다. 그런 면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야 공약은 매우 아쉬웠다. 우리는 여전히 약자들의 주거정책엔 무심한 반면 시장 영역인 부동산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비즈한국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1대 총선에서 제시된 주거·부동산정책을 돌이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월 유권자 101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는 ‘집값 안정 및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13.8%)​’를 ‘서민살림살이의 질 향상(15.7%)’에 이어 두 번째 핵심의제로 꼽았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응답내용과 비교했을 때 1순위 핵심의제였던 ‘부정부패 척결(25%)’이 사라지고 주거 의제가 강세를 보였다. 27일 비즈한국이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최은영 소장을 만나 21대 국회의 정책공약과 과제를 물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우리나라 도시문제를 분석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이다. 1988년 만들어진 ‘도시빈민연구소’는 기존 현장활동 중심에서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간환경학회 등에서 진보 학자를 영입하고 1994년 10월 한국도시연구소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후 공공임대주택, 주거복지 정책을 비롯해 재개발 강제퇴거 문제, 노숙자·비주택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주거문제와 토지주택시장 양극화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대안을 개발해왔다. 최 소장은 통계청에서 근무하다 2013년 도시연구소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주거·부동산정책에서 정부에 ‘이하 동문’ 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주택 10만 호 공급’은 거의 유일한 공약이었는데, 특정 연령에 국한됐다. 40~50대 중장년층, 아동이나 노인 등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연령층이 빠져 좋은 정책공약은 아니었다고 본다. 좀 더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전국 선거임에도 특정 지역과 계층에 대한 정책을 제시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규제 완화 등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런 정책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1~2% 정도다. 퇴행적이라고 본다.”

 

최 소장은 양대 정당이 21대 총선에서 제시한 주거·부동산 공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소장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부동산·주거 현실은 어떨까.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떨어지며 5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더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2017년 6·19대책을 발표한 뒤 올 2월 2·20부동산대책까지 19번째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장기적인 흐름으로 보면 집값은 인구·가구와 소득이라는 변수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 인구·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일부 지역에서 10억 원대 아파트가 20억 원이 됐다.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튼튼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젠가 거품은 꺼지는 게 맞다. 정부가 12·16대책으로 주택보유부담과 대출규제를 강화해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코로나19가 집값 하락 경향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비즈한국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이른바 ‘공급부족론’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정부는 2019년 12·16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기준 2019년과 2020년 각각 4만 호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돼, ‘실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된다는 이른바 ‘공급부족론’이 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서울과 1기 신도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주택 대비 가구 수(주택보급률)는 전국 104.2%, 수도권 99%(서울 95.9%)다. 

 

“문재인정부와 같은 진보정부에서 집값이 오른 이유는 이전 정부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놨기 때문이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처럼 박근혜정부 당시 규제완화로 재개발· 재건축 수혜를 받은 아파트가 지금 정부에서 고가로 공급되고 있다. 이런 주택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전반적인 주택가격을 올렸다. 서울과 수도권에 부족한 것은 고가주택이 아니라 서민중산층이 살 수 있는 ‘부담 가능한 집’이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가 안 되는 상황에서 일정부분 주택공급은 필요하다. 다만 투기 수요가 몰리는 민간택지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공공임대주택 등 다른 공급방식이 주가 돼야 한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민간에서 주택공급 총량을 늘렸는데 집값이 내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 소장은 이런 시장 왜곡현상의 원인을 이전 정부에서 완화한 재개발·재건축 규제에서 찾는다. 현재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인허가 지연 △사업비·​이주비 등 대출 규제를 ‘정비사업 5대 규제’로 규정한다. (관련기사 [인터뷰] "강남4구·마용성광 공급 늘려야"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지원단장)

 

“앞선 정부에서 완화한 대표적 규제는 분양가상한제다. 분양가상한제는 원래 강남의 아파트도 3.3㎡(평)당 4000만 원 이상 분양할 수 없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이런 규제를 풀다 보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라갔다. 한정적인 강남 아파트를 조합원이 받고 싶은 만큼 받으라는 것으로 해석된 셈이다. 이밖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2017년까지 유예하거나, 재건축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시킨 것도 고가의 재건축·재개발 주택 공급을 부추겼다. 집값이 올라가면 구매자금이 따라가지 못하니 ‘빚내서 집사라’고 했고 그게 지금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상승을 유발했다.”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부담은 21대 총선 공약 화두 중 하나였다. 주택보유부담 제도는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이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종합토지세 외에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과 토지 소유자에게 국세청이 따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 원 초과(1세대 1주택자 3억 원 추가 공제)가 대상이다. 정부는 2019년 12·16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상향 조정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보유 부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완화, 정의당은 강화, 민생당은 1주택자에 한해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균 실거래가의 70%를 반영하는 현재 공시가격은 충분하지 않다. 모든 세금 부담에서 10억 원짜리 집을 7억 원으로 치는 셈인데,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세금에 비하면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은 훨씬 적다.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다를 이유는 없다.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주택가격 안정과 고자산가에 대한 추가 과세에 있다. 20억 원짜리 고가주택을 가진 사람이 어느 정도 세금을 내야 할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연간 100만 원 수준이라면 1주택자라도 세율이 상향될 필요가 있다.”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제도는 어떨까. 우리나라 열 가구 중 네 가구는 남의 집에 세를 들어 산다. 국토부가 우리나라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38.9%, 수도권 45.8%는 무주택자로 나타났다. 가구별로 실제 거주하는 주택은 자가(57.7%), 보증금 있는 월세(19.8%), 전세(15.2%) 순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5대 주요 정당 중 세입자 보호 대책을 제시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그쳤다. 최 소장은 이번 국회에서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세입자보호 제도를 들었다.

 

“국회가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세입자 보호를 법적으로 완비하는 것이다. 1989년 주택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이후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진전이 거의 없다.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 정비 △전월세상한제 도입 △임대주택 주거품질 개선 등이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검토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세입자는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고민해야 하고, 임대인이 터무니 없는 임대료를 제시하더라도 따라야 한다. 주거복지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를 꼽는데, 2019년 쪽방 세입자에게 주거급여 23만 3000원을 지급했더니 월세가 그 가격까지 올랐다. 임대료를 규제하지 않으면 다른 주거복지를 시행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되는 셈이다. 이 밖에 지하나 ‘불법쪼개기’로 만든 공간 등 법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에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행강제금을 적극적으로 부과하도록 정부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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