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명실상부 3·4세 경영시대다. 건재한 2세대를 뒷배로 두고 이재용, 정의선 등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섰다. 대부분 계열사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수업을 받는 형태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계자부터 베일에 싸여 있는 후계자까지 구석구석 조명했다.
금호가(家) 3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40)가 최근 여러 차례 지분을 매입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친인 박찬구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금호가(家) 금녀의 벽’을 깬 만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박주형 상무의 자사주 매입에 속도가 붙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상무는 2일부터 13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 7918주를 매입했다. 그 직전인 1월에 세 번에 걸쳐 총 1만 7350주를 매입했으며, 1월 말부터 2월 사이에도 세 번에 걸쳐 2만 1924주를 사들였다. 이 같은 주식 매입으로 박 상무의 지분은 지난해 말 25만 323주에서 29만 7515주로 증가했다. 지분율도 지난해 말 보통주 기준 0.82%에서 0.98%로 0.16%포인트 증가했다.
박주형 상무의 지분 확대는 ‘금호가 3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금호가는 전통적으로 오너 일가의 여성 경영 참여를 배제해왔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박성용 명예회장의 주도로 맺은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도 이를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합의에 따라 그동안 금호가 딸들은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박주형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로 1남 1녀 중 둘째다. 금호가 여성 가운데 그룹 경영에 참여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박찬구 회장은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며 관례를 깨고 2012년 박 상무를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주주명부에 올렸다.
#박주형 상무 2015년 입사 후 지분 늘려가
1980년생인 박주형 상무는 2015년 7월 금호가 경영 일선에 나섰다. 박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 학교에서 실내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현지 기업 인턴을 거쳐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한 뒤 2015년 6월까지 일반관리, 화학제품 영업부서 등에 근무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박 상무는 대우인터내셔널 퇴사 후 2015년 7월 1일 금호석유화학 구매자금담당 임원으로 선임됐다. 당시 박 상무의 계열사 배치 배경으로는 ‘금호석유화학 직원 리베이트 파문’이 꼽혔다. 사태 수습을 위해 박찬구 회장이 가족에게 구매자금담당 업무를 맡겼다는 분석이다. 박 상무는 이후 능력을 인정받으며 점차 지분을 늘렸다. 입사 당시 0.54% 수준에 그쳤던 박 상무의 지분율은 2020년 4월 기준 0.98%까지 늘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상무의 행보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금호가 첫 여성 임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그룹 계열사가 아닌 다른 대기업에서 이력을 시작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주형 상무의 경우 차근차근 일을 배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입사 후 구매자금 담당이라는 핵심 부서를 맡은 만큼 그룹 내에서 주목받는 건 확실하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본다. 보유 지분이 늘었지만 오빠나 다른 후보군의 지분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박 상무 외에도 금호가 여성 임원은 또 있다. 금호가 여성 중 두 번째로 그룹 경영 참여에 나선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는 박삼구 전 금호아사아나그룹 회장의 딸로 1남 1녀 중 둘째다. 1978년생이며 2018년 7월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임원으로 선임됐다. 기업 근무 경험이 없는 가정주부가 요직에 앉았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 졸업, 세계적인 요리·호텔 경영 전문학교인 르코르동블루 졸업 등의 이력을 내세우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박세진 상무는 현재 금호고속 지분 1.7%를 보유했으며, 지난 1월 같은 주식 600주를 새로 취득했다.
#금호석유화학 경영 승계 구도는 아직
2020년 4월 기준 금호석유화학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가 3세는 총 3명이다. 박주형 상무를 비롯해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상무(42)와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상무(42)다. 박철완 상무는 6.69%인 박찬구 회장의 지분보다 많은 10.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준경 상무는 7.17%, 박주형 상무는 0.98%를 갖고 있다.
1978년생으로 동갑인 박철완 상무와 박준경 상무는 유력한 승계 대상이다. 박철완 상무는 2006년 아시아나항공 과장으로 입사해 이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현재 고무사업 부문 해외영업을 맡고 있다. 박준경 상무는 비슷한 시기인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옮겨 현재 수지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지분과 박찬구 회장 지분 등 승계 작업의 변수가 여럿인 만큼 당분간은 3세 경영 체제가 지금처럼 공동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의 나이가 고령에 속하지만 과거 형제간 분쟁이 있었던 만큼 친인척 간 경쟁을 외부에 보이는 걸 최대한 지양할 듯하다”고 전했다. 후계구도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박주형 상무의 지분 확대를 경영권 승계 대상에 추가된다고 해석하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박주형 상무가 지분 보유 목적을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권 확보 및 행사’라고 밝힌 점도 이러한 해석과 함께 언급된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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