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M&A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매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페셜티 커피 전문 브랜드인 A 사. A 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나름 마니아층을 확보한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였기 때문. A 사는 조만간 투자사모펀드에 인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경쟁은 A 사의 커피 인기만큼 치열하지는 않았다는 게 관련 업계 후문. 커피 시장에 대한 ‘레드 오션’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단단한 마니아층 확보한 A 사, 매장 적은데도 수백억 원에 매각
커피가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내부 디자인과 최상급 커피 원두를 수입, 블렌딩 후 판매하기로 유명한 A 사. 스페셜티 커피의 맛이 뛰어난 데다 매장 인테리어도 독특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이런 인기를 타고, 최근에는 매장 규모를 10여 곳 이상으로 늘렸고 온라인을 통한 원두 판매도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나름 국내에서 충성심 있는 고객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A 사. 그런 A 사는 올해 초부터 투자은행업계(IB)에 매물로 나왔고, 최근 수백억 원 규모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한 벤처투자회사가 인수하기로 했다”며 “최근 매장 수를 늘린 것도 M&A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들었다”고 평가했다. 정확한 거래액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200억~300억 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매력 있는 브랜드지만 시장 우려도 상당”
A사의 이 같은 거래에 대해서는 “매력이 상당한 커피 브랜드여서 가능했다”는 평이 나온다. 커피 산업 전망이 전만큼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매년 빠르게 성장해온 커피산업은 2019년 7조 원 규모로, 2023년이면 약 9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353잔.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의 2.7배에 달한다. 지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소비자 중 절반 이상(53.5%)이 “커피를 습관처럼 마신다”고 답할 정도로 ‘기호 상품’이 됐다. 국내 커피 수입량도 꾸준히 증가해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55만 톤에서 지난해 64만 톤까지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적은 자본, 작은 매장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게 커피 시장이다 보니 지난해 7월 기준, 전국에 커피전문점 7만 1000여 개(행정안전부 기준)가 영업 중이다. 창업의 대명사 치킨집(약 8만 개)도 머지않아 따라잡을 태세다. 특히 매장 중 10개 중 4개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영업 중일 정도로 수도권의 커피 매장 경쟁은 치열한 상태다.
매장 하나하나의 지표는 좋지 않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률은 떨어지는데 폐업률은 뛰고 있다. 커피전문점 창업률은 2014년 26.9%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2018년 22.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폐업률은 11.0%에서 14.1%로 올랐다.
#“CJ가 투썸 플레이스 왜 팔았겠나”
이런 커피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게 ‘투썸플레이스’다. 지난해 4월, CJ그룹은 CJ푸드빌이 보유한 커피 전문 브랜드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2025억 원에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CJ푸드빌에서 투썸플레이스는 알짜 브랜드였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의 품을 떠난 후에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모두 성장을 이어가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매각된 지난해 매출은 3311억 원, 영업이익은 35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7%, 영업이익은 22.5% 증가한 수치다. 매장 수도 전년 대비 120곳이 증가해 1189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알짜배기 브랜드를 매각한 결정은, 내부 사정도 있지만 커피 시장 전체까지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매각 과정을 잘 아는 대기업 관계자는 “CJ는 그룹 차원에서 투썸플레이스가 알짜배기라는 점을, 또 순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게 커피 브랜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하지 않았나”라며 “그만큼 커피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커피가 ‘매력적인 상품’인 것은 여전하지만 단순히 커피 브랜드 하나만으로는 쉽게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도 명백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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