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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판 프로듀스101 'K-유니콘 지원사업' 설왕설래

검증된 기업이 또 수혜, 인기투표식 심사도 논란…중기부 "기술력으로 평가, 우려 안해도 돼

2020.04.23(Thu) 16:00:19

[비즈한국] 정부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가동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업계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다소 미지근하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데다, 지원 기업을 선정하는 주체가 기존 투자시장의 투자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유니콘 기업 입성 직전에 다다른 기업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업계의 분위기는 의외로 좋지만은 않다. 사진=창업진흥원 유튜브 캡처


앞서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기업을 발굴해 기업당 최대 159억 원을 지원하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아기 유니콘을 예비 유니콘으로 육성하는 1단계, 예비 유니콘을 유니콘으로 키우는 2단계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 ‘제2의 벤처 붐’을 끌어낸다는 주장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제1호 총선 공약으로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내세웠다.​

 

2022년까지 200개 아기 유니콘을 육성하는 ‘아기 유니콘 육성사업’은 올해 신설된 제도다. 벤처캐피털(VC)·​기술보증기금 등 전문기관과 국민심사단이 총 3차 평가를 통해 기업을 결정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시장개척자금(3억 원)과 정책자금대출(100억 원), 보증(50억 원), 연구개발(R&D)자금(6억 원) 등이 공급된다. 특히 정부는 창업·​벤처 분야 관련 경험이 있는 국민이 직접 지원 대상 기업을 선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2단계인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제도 지원 대상은 비상장기업 중 △시장검증(국내외 벤처투자기관에서 50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성장성(3개년 매출성장률이 연평균 20% 이상이거나 전년도 매출액이 직전년 대비 100억 원 이상 증가) △혁신성(기술사업평가등급 BB등급 이상) 요건을 모두 충족하거나, 기업가치가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이다. 선정된 기업에는 최대 100억 원의 특별보증이 제공된다. 이들 기업 역시 국민심사단과 전문평가단의 공동 심사로 선정된다.

 

업계 역시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재능마켓 플랫폼 밋다의 홍재형 대표는 “벤처캐피털(VC) 위주에서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기에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 A 씨도 “잘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국민이나 공공심사역들이 뽑은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과거에 머문 사고방식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기업이 시리즈 A에서 B 사이의 데스밸리를 넘길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에 대응하는 정책인 점은 긍정적이다”며 “다만 (평가 주체인) 기술보증기금은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하길 원해 유니콘 직전의 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은 투자하고 싶은 투자사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특혜를 주는 셈이다. 좀 더 절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업력 7년 이내 창업기업과 누적 투자실적 20억 원 이상인 기업만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재형 대표는 “누적 투자금 20억 원 이상은 시장 검증을 마친 기업이라는 뜻이라 초기 스타트업의 참여가 어려운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미나 실장도 “해외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기업은 정부 지원조차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타트업 시장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사업군은 관광이나 제조업 분야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부대행사 ‘스타트업 서밋’에서 각국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아기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은 마지막 공개 발표평가에서 전문평가단과 국민심사단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두고도 논란이 적잖다. 미국에도 비슷한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이템보다는 대표의 발표능력이 유창하거나 쇼맨십이 좋은 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B 스타트업 대표는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한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7억 원가량 감소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서는 타다와 배달의민족 사태를 겪은 스타트업, 벤처투자 업계가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에 반발심이 적잖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종의 ‘병 주고 약 준다’는 의미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핵심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을 종료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점주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시킨다고 지적되는 수수료 체계 변경안을 들고 나왔다가 전면 백지화했다. 이에 반발한 지방자치단체들은 현재 공공 배달앱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두 회사 모두 촉망받는 유니콘 기업 후보들이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유니콘 기업의 정량적인 개수에만 집중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유망하면서도 투자 유치가 절실한 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세밀히 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기업이 커나가는 속도는 어떠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홍재형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규모 있게 성장한 기업 위주로 투자가 많이 진행되지만, 해외 진출 스타트업 중에도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혁신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업계에서 스케일업에 대한 요청이 많아 이 점을 보완하려 사업을 도입한 것”이라며 “평가기관에는 기술보증기금뿐 아니라 창업진흥원이나 전문평가단, 경험이 있는 국민도 포함돼 있다. 선정 대상이 투자자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다. 기술보증기금을 사업에 포함시킨 이유도 매출 등 정량적인 부분보다도 기술력 있는 기업을 고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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