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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구충제, 혈장… 코로나 치료 정말 가능할까

장기화될수록 각각 단점 뚜렷해 성공 미지수…개발 발표부터 하는 의도 살펴야

2020.04.21(Tue) 15:39:26

[비즈한국] 최근 다양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이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줄기세포, 혈장, 동물 구충제 성분을 이용한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20일 방역당국이 올겨울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이들 치료제를 둘러싼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중증 환자를 살릴 수 있다더라’는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정말 국내 기업이 단기간에 내놓을 수 있는 약인 걸까? 개발되면 환자들의 삶은 얼마나 바뀔까? 비즈한국이 현재 언급되는 치료제들의 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점검해봤다.


#줄기세포 치료제, 장기적인 생산·공급에 ‘물음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급부상한 대표적인 약은 줄기세포 치료제다. 지난 3월 2일 중국에서 장기가 대부분 손상된 65세 확진자가 세 차례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약한 후 병세가 호전됐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같은 달 18일에는 미국 줄기세포 회사 BHI 최고과학책임자인 중국 우동청 박사가 줄기세포로 코로나19 중증환자 9명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어떤 약도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소식이다.

 

줄기세포, 혈장, 동물 구충제 성분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마친 후 부스를 정리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는 인체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의약품이다. 항바이러스제와는 작용 기전이 다르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증식해 다른 세포를 감염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반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고 면역력을 높여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도록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진자의 폐나 심장, 신장 등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제는 이 점에서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몇몇 국내 기업도 줄기세포 치료제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밝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단점이 분명하다”며 기업이 치료제를 계속 생산·공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국내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코로나 사태에서 ​효과보다 ​과학적이나 기술적인 단점이 분명하다. 세포를 키워 약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포를 냉동·​냉장 보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공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응급 상황이라 쳐도 장기전으로 가면 상업성에 대한 고민도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에 따르면 세포치료제를 준비하고 허가받는 데는 일반적으로 4년간 4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 파미셀은 지난 30일 식약처로부터 동종(타인) 중간엽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AKI’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허가받았거나 임상단계에 있는 약을 특정 환자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미셀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임상을 따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 네이처셀도 줄기세포 치료제 ‘아스트로스템-V’의 1/2a상 임상시험을 미국 FDA에 신청했다고 20일 밝혔고, GC 녹십자랩셀 역시 NK세포치료제로 전임상시험(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의료행위인 줄기세포 치료술이 줄기세포 치료제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는 감염병 사태에서 세포를 배양할 음압관리시설이 거의 없어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작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가 개발한 일회용 이동형 배양키트. 사진=김명선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가 아닌 의료행위인 줄기세포 치료술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는 감염병 사태에서 세포를 배양할 음압관리시설이 거의 없어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작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자가 줄기세포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고 면역을 조절해 3~4주 후 자연적으로 개별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는 이미 늦었다. 일회용 이동형 배양키트를 활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서 충분하게 투여 가능하지만, ​시설이 없는 데다 ​배양시설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라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혈장 치료제에 동물구충제까지…저마다 한계 뚜렷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혈장 치료제도 주목받는다. 혈장은 혈액을 이루는 성분 중 하나인데,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해 병에 대항하는 자체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완치자 혈장을 투입한 코로나19 중증 환자 두 명이 완치하는 사례가 나왔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이 연구해 지난 6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시된 논문을 보면, 71세 남성 환자와 67세 여성 환자에게 확진 후 13일, 9일째에 20대 남성 완치자의 혈장을 투여해 각각 26일, 20일 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혈장 치료제를 두고 경쟁하는 국내 기업은 GC녹십자, SK, 셀트리온 등 대기업이 포진해 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GC5131A’가 올해 하반기에 상용화 가능하다고 밝혔고, SK디스커버리 산하 혈액제제 전문기업 SK플라즈마도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7월 중 항체의약품에 대한 인체 대상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중증 환자가 늘면 혈장 치료제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완치자 혈액에서 확보한 혈장을 그대로 제재로 만드는 방식이라 대량 생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혈장 치료제도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도 완치자 혈장을 투약한 코로나19 중증 환자 두 명이 완치하는 사례가 나왔다. 혈장 치료제 투약 전(왼쪽)과 후 환자의 폐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 논문 캡처


얼마 전에는 동물 구충제로 코로나19 치료를 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며 관심을 끌었다. 동물 구충제 중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 핵 구조를 분열하는 기전이 있는 이버멕틴과 강력한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니클로사마이드 제재의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일리가 있다. 이달 초 발표된 호주 멜버른 모나쉬대의대 연구에 따르면 이버멕틴이 첨가된 세포는 대조군보다 24~48시간 동안 RNA가 5000배 감소했다. 다만 이후에는 RNA 추가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3월 26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치료약물 후보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버멕틴 성분을 두고는 씨티씨바이오와 아미코젠, 니클로사마이드 제제에서는 대웅제약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연구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보다 훨씬 개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7년 전인 2003년 사스 때도 니클로사마이드가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나왔지만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6일 “세포 수준의 효과를 검증한 상태일 뿐, 임상에 검증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부터 하는 기업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신형식 대한감염병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자문위원(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여러 치료제가 많이 언급되지만 환자들에게 딱히 쓸모가 없을 약이 상당하다. 코로나는 쉽게 말하면 ‘과민성 폐렴’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구충제 성분 치료제는 실제로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을 때 알레르기를 일으킬 여지가 높아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항체 치료제는 폐가 더 망가진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며 “많이 알려진 약을 쓰는 게 제일 안전하다. 보체 억제 물질을 흡입하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의 국내 바이오기업 대표는 “절대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할 것 같은데도 의도성을 가지고 홍보하는 몇몇 기업이 눈에 띈다”​면서도 “​다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신약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사스와 메르스 때 언급됐지만 개발되지 못한 것도 신약 개발이 워낙 어려워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감염병인 만큼 당분간은 지켜볼 필요도 있는 듯하다”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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