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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부회장 '대국민 사과' 연기에 담긴 고민

재판부 바뀔 경우 '도루묵'…삼바·제일모직·노조 와해 등 다른 수사와도 연관 '부담'

2020.04.20(Mon) 16:20:30

[비즈한국]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요구한 ‘대국민 사과’의 당초 기한은 지난 10일이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측은 입장문 발표 시한을 한 달 연장해달라고 답하며 고심에 빠졌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부회장 측이 준법위에 내놓은 해명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명분이고 실제로는 4·15 총선 이후 민심 방향을 예측하고, 2심 재판부 구성 전망을 최대한 파악하고 가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4회 공판을 마치고 나오자 삼성 관련 피해자들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달려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시한 이틀 앞두고 연장 제안 

 

삼성 준법위는 지난달 11일 삼성 측에 전달한 권고문을 통해 삼성 최고경영진에게 몇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가지 준법 의제를 제시하고,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 계열사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와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및 이 사안들에 사과를 하라는 제안이었다. 지난 10일이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게 주어진 데드라인이었지만, 삼성 측은 이를 이틀 앞두고 연장을 요청했다.

 

삼성 측이 내놓은 연장 이유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 삼성 측은 “권고안 이행 방향과 주요 내용 논의에 착수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사업영역 전반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경영체제인 점도 강조했다.

 

#“재판 때문에라도 연장 불가피” 

 

하지만 재계에서는 현재 이재용 부회장 측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연장 시한 요청의 결정적 배경으로 본다. 애초 현재 진행 중인 재판 및 수사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고, 준법위 역시 이를 위해 삼성이 결정한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또 4·15 총선 결과에 따른 국회 전망과 여론 동향을 살피려는 점도 있다는 후문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아직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검찰의 ‘기피 신청’이 완전히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현 2심 재판부 지시에 대응해 이뤄진 준법위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여 사과 및 개선 방향까지 제시했다가 재판부가 바뀌면 삼성 측은 난감할 것”이라며 “21대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확정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달려 있는 파기환송심이다.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진행 중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불공정하게 재판을 하고 있다며 기피를 신청했다. 기피 신청을 판단하게 된 서울고법 형사3부는 특검 측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특검팀은 대법원에 재항고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는 정경유착하지 않을 수 있는 개선안을 제시하라” 등 통상의 재판에서 나오지 않는 제안을 삼성 측에 하는 것 자체가 ‘봐주기’라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앞선 로펌 관계자의 진단처럼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과를 했다가 대법원에서 재판부 변경을 결정하면 준법위 권고에 따른 조치들이 양형에 반영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변수 될 가능성도

 

아직 진행 중인 검찰 수사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와 맞물려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이와 연계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노조 관련해서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의 경우 1심 판결 이후 검찰 항소로 2심이 예정돼 있다. 섣불리 사과나 반성을 할 경우 관련 ‘유죄’를 인정하고 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특히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는 상황에서 ‘관여’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이 부회장 형사책임’만은 피하려는 법적 대응 전략을 짜온 삼성에게 부담스럽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시민단체나 노동계 혹은 검찰에서도 이 부회장의 발표 내용을 확인해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지 않겠냐”며 “진정성은 있되, 이 부회장은 몰랐다는 맥락으로 입장을 낸다는 게 말처럼 쉽겠나”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를 맡은 바 있는 한 변호사 역시 “삼성 측은 전략을 결정할 때 이 부회장에게 수사나 책임이 올라가는 것을 막겠다는 태도가 가장 우선이었다”라고 귀띔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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