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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입찰담합 시 중복 부과되는 제재 처분이 무서운 이유

제재처분 받으면 모든 공공입찰 참여 금지…중소기업 '제재 폭탄' 견뎌낼 재간 없어

2020.04.14(Tue) 15:37:5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담합이란 이윤을 올리기 위해 판매자들이 재화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나 생산 수량, 거래 조건 등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담합은 효율성의 증대 없이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폐해를 유발하므로 다수 법령에서 담합을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주요 조항은 아래와 같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를 사업자가 상호 간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시장을 분할하고, 출고를 조절하는 등의 내용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한다(제19조 제1항).

 

국가계약법은 ‘경쟁입찰, 계약 체결 또는 이행 과정에서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간에 상의해 미리 입찰가격, 수주 물량 또는 계약의 내용 등을 협정했거나 특정인의 낙찰 또는 납품대상자 선정을 위해 담합한 자’를 관급입찰의 참여가 금지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제2호). ​

 

담합 사실이 적발되면 다수의 법령에 의해 여러 제재를 받게 된다. 담합은 효율성의 증대 없이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형법 제315조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입찰방해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위 조항만 보더라도 담합 사실이 적발되면 다수의 법령에 의해 여러 제재를 받게 됨을 알 수 있다. 담합 적발 시 제재 처분을 부과받을 때까지 진행되는 일반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수사기관(경찰, 검찰)이나 경쟁 당국(공정위)이 담합의 단서를 입수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경쟁사업자가 직접 신고하거나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발주처가 관리하는 담합징후 포착 시스템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정위가 먼저 조사에 착수한다. 관련된 자료를 검토하여 어느 정도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담합 가담자로 특정된 사업자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관계자를 소환해 진술을 받는 소환조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해 공정위에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고 제재 처분의 감면을 받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선택하기도 한다. 

 

공정위는 담합 가담 사업자들에 대하여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제재 처분을 부과한다. 그 후 발주기관에 제재 사실을 통보하고,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담합 가담 사업자들을 고발한다.

 

과거에는 공정위가 발주기관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발주기관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부과했는데, 최근에는 공정위의 요청이 없더라도 발주기관이 계약심의 위원회 등 자체적인 기관을 통하여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부과되면 해당 발주기관의 입찰에만 참여가 금지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공공·관급입찰 참여가 금지된다는 점이다. 이는 조달청이 공공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담합 가담 사업자의 참여를 시스템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발생하는 일이다. 가령 A 기관으로부터 6개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받게 되면, A 기관뿐만 아니라 국가·​지자체·​공기업·​공공기관의 모든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문제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부과되면 해당 발주기관의 입찰에만 참여가 금지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공공·관급입찰 참여가 금지된다는 점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임준선 기자


만약 여러 기관에서 발주한 입찰을 대상으로 담합을 했다면, 해당 기관은 각자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부과한다. 제재처분 기간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A 기관의 처분에 의해 1월부터 6월까지 참여가 금지되고, B 기관의 처분에 의해 3월부터 9월까지 참여가 금지된다. 즉 사업자 입장에서는 A, B 기관이 중복된 기간으로 제재처분을 부과하면 좋겠지만, 사업자가 그러한 요구를 할 권한은 전혀 없다.

 

공정위가 담합 가담 사업자를 고발했다면 검찰 수사가 개시된다. 공정거래법상 벌칙 규정으로 적용돼 벌금형 선고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사안이 심각하면 간혹 구속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사절차에서는 법원의 재판으로 선고되는 형벌이 두렵다기보다는 여죄를 추궁당하거나 개인이 입건될 가능성이 있는 검찰 수사 자체가 두렵게 다가온다. 

 

다음으로 발주기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생각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담합이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정해졌을 가상의 경쟁가격과 담합으로 결정된 실제가격 간의 차액이 발주기관의 손해가 된다. 발주기관이 국가, 공공기관 등일 때는 담합 사건에서 거의 100%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그런데 가상의 경쟁가격을 입증하는 것은 주로 감정에 의하는데 감정비용이 적지 않고, 감정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이자)도 만만찮아서 사업자는 자칫 엄청난 금액의 민사채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은 일반적인 사건의 진행 모습인데, 이에 더해 더 많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대기업은 윤리규정을 제정하여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에 대해 협력업체 등록을 거절하거나 해외사업에 참여를 제약하기도 한다.

 

공정위의 제재처분, 발주기관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형사처벌 등이 집중되면 어지간한 중소기업은 견딜 재간이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어떤 사건에서는 약 18개의 발주기관이 수천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고, 8곳의 공공기관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부과한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이 이러한 사건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회사를 폐업해서 정리하고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담합에 대해 엄중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주로 중소기업이 엄중한 제재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아 아이러니하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내부절차가 완비돼 있고, 법률적 분쟁에 대응할 능력이 있어 담합에 연루되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법 위반에 대한 주의가 부족하고 대응수단도 마땅치 않아서 제재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다. 재제처분의 부과 및 양정은 제재기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따라서 담합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된다면 재제기관이 적극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하여 감면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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