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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비, 판도라상자 열기만 하면 ‘오른다’?

37% 점유율 CJ대한통운 결정, 나머지도 뒤따를 듯

2014.03.11(Tue) 10:32:06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택배가격 인상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 점화됐다. 하지만 누가 이 판도라 상자를 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택배가격 인상은 이미 10여 년 간 업계 화두였다.

업계 최대 이용자인 온라인 기업을 비롯해, 소비자와 택배기업, 현장 근로자 대부분은 모두 가격 인상에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요금을 지불하는 입장에서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높아, 가격인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면 과연 올해에는 이 해 묶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이제 그 결정권은 국내 최대 택배기업인 CJ대한통운 손에 달리게 됐다. 전체 시장의 절대 점유율을(37%)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이 가격인상을 결정하면 가격인상에 목말라 하던 한진택배와 현대로지스틱스를 포함한 전체 택배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게 뻔하다. 지루했던 요금인상의 눈치 보기가 올해엔 끝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당경쟁 변화조짐, 눈치 보기 ‘끝’

오랫동안 택배요금 인상이 어려웠던 이유는 업계 과당 경쟁 때문.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택배와 현대로지스틱스 등 빅3를 포함해 난립된 업체 간 과당 경쟁은 시장을 분할하며 핑퐁놀이를 해 왔다. 대형 택배사 던 중소기업이던 한쪽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가 그 물량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만큼 가격인상은 곧바로 물량감소로 이어져 함부로 가격인상이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 요금인상도 이에 근거해 인상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은 변화를 맞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CJ GLS와 대한통운의 인수합병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CJ대한통운이 가격인상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초 요금인상을 급해하던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는 서둘러 요금 인상을 전격 발표했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적 요금인상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택배업계 1위의 CJ대한통운은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당분간 요금인상은 없다”고 밝혀 가격인상 기세를 꺾었다. 1위 택배기업이 가격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데, 후발주자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물량 이동은 불가피한 만큼 택배시장은 의도한 요금인상을 또 못했다.

한편 현재 점화되고 있는 택배가격 인상 논의는 상황이 다르다. 과자에서 햄버거까지, 또 전기요금등 일반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인상이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의 요금 인상결정이 가시화 될 경우 택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시장 확대, 물량 증가 요인으로

택배물량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택배시장과 맞물려 있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 역시 큰 폭의 물량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최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의 국내 지사 설립은 국내 택배시장뿐 아니라 국제와 국내 시장을 연계하는 물량증가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지속적인 택배량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택배현장 상황은 거꾸로다. 하루 100여개 배송할 화물은 200여개로 급증, 서비스 한계를 보인지 오래다. 물량은 폭증했는데, 가격 하락으로 택배현장 근로자들은 하루 16시간의 노동에도 한달 수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배송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며 “그나마 현장 서비스맨을 고용해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탈해 서비스 균일화는 포기한지 오래”라택배 전문가들은 “현재의 택배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1인당 배송물량을 하루 100개 이내로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력수급이 원활해야 하지만 고된 노동에 비해 월 20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는 인력충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다 택배기업들의 하드웨어와 시스템 최적화도 한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운영합리화와 시스템 개선 등도 더 이상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해 일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택배 1개를 배송하면 평균 700원을 받는데, 근무환경은 악화되고, 수입은 적으니 한달 이내에 포기하는 택배 근로자가 태반이고, 신규 지원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되야, 배송인력 확보 가능

올해 택배요금 인상 불가피성이 설득력을 얻는 가장 큰 배경은 배송인력 확보가 임금 인상 말고는 없다는 점에 근거한다. 여기다 업계 1위 기업이 요금인상 카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면서 물량 이탈 우려가 없는 점도 가격 인상에 힘을 더한다. 이는 저가 택배 영업을 해도 확보된 물량을 제대로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전 동부택배 본부장 최시영 상무는 “지난해의 경우 현대로지스틱스 한곳만 요금인상을 밝혔지만, 업계 1위 기업이 요금인상을 검토할 경우 시장 전반의 요금인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C사 택배 본부장도 “인력 구하기가 심화되면서 업계 전반에 저가격 물량을 수주하는 분위기가 어려워 졌다”며 “배송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어떤 택배업체라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요◆요금 인상분, 택배현장 근로자 몫으로

지난해 택배 물량은 약 15억 상자에 이른다. 현재 업계가 검토하고 있는 개당 택배요금 인상 수준은 500원. 만약 이렇게 개당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체 택배시장은 약 7500억 원 매출 증가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CJ CGV가 영화요금을 1천원 인상했더니 주가는 지난달 5.7%가 상승했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의 주가에도 요금인상이 이뤄질 경우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에게도 택배요금 인상은 날개를 달아 주는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택배현장 근로자들의 반응도 임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로젠택배 서비스맨 김철수씨는 “요금 인상분이 직접 배송근로자의 박스당 수수료로 이어져 평균 800원에서 1100원으로 인상되면 하루 150개를 배송할 때 차량 감가상각비와 유류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약 300만원의 월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며 “요금인상이 택배현장에 온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택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개당 가격이 3500원이던 택배요금은 지난해 2476원까지 떨어졌다. 택배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택배가격 500원 인상안은 10년 전 가격과 비교해 인상폭이 크지 않다”며 “택배시장 전체가 더 이상의 가격경쟁은 무의미 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지난 10 여 년간 내리막을 걸었던 택배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정우 기자

jws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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