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포 성분이 바뀌어 논란이 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미국 임상시험이 재개되면서 코오롱이 ‘반전 드라마’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상 재개의 의미를 의외로 낮게 평가한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심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보사 제조사이자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거래 정지 상태로 상장 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을 재개해도 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5월 FDA가 인보사를 구성하는 2액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임상3상을 잠정 중단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다만 FDA는 인보사의 생산 공정에 대한 개선 방안, 임상 시료 데이터를 추가로 요청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임상시험 환자동의서류와 임상시험계획서를 30일 이내에 제출한 후 임상시험환자 투약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인보사 허가 취소 번복될 가능성 없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결정된 후 이들 기업은 미국 임상3상에 사활을 걸었다. 임상재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지난해 5월 FDA는 코오롱티슈진에 임상 중지를 통보하며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구성성분에 대한 특성 분석 △구성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 사항 등을 포함하는 보고서를 요구했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이 지난해 8월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FDA는 9월 인보사 1액의 연골세포 특성 분석 자료와 2액의 개그(gag) 및 폴(pol) 유전자 염기서열에 대한 분석을 다시 요청하며 임상 중지를 유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상 재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상 재개가 코오롱티슈진이 세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점을 정말 몰랐다는 점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임상 재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말과 같지 않다. 발암 가능성이 없다는 말도 아니다”며 “단지 방사선으로 종양 유발 세포를 사멸할 수 있다고 하니 코오롱티슈진이 임상시험으로 일어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FDA는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판단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 일부 주주들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 결정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내다본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세포가 바뀌었든 그렇지 않든 FDA는 ‘임상 인허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의약품 개발에서 데이터 무결성은 매우 중요한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데, 인보사의 경우 국내 시판 허가가 된 상태에서 데이터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다. 따라서 시판 허가 취소가 번복되는 일은 없다”고 확언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미국 임상 재개와 식약처 시판 허가 취소 사항은 별개의 문제”라며 인보사가 다시 시판 허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상장 폐지 심사에 영향은 있겠지만 회사 존속 가능성은 의문
미국 임상 재개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심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티슈진은 식약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한 지난해 5월 28일부터 주권매매거래 정지 상태다. 1심 격에 해당하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8월 코오롱티슈진에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두 달 후인 10월 최종 심의기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1년의 실적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상장 폐지 결정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올해 10월로 유예됐다.
지난달 16일에는 코오롱티슈진의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코오롱티슈진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하면서 상장 폐지 사유가 또 발생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인보사의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라는 분석결과를 지난해 2분기에 알게 됐다. 회계부정에 의한 회계처리위반 가능성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회사 경영진 및 내부감사기구는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수행해야 하지만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코오롱티슈진이 이의신청을 내면서 오는 16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 여부를 가릴 기심위가 또 개최되지만 기심위는 ‘1년 개선기간 부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의견거절의 경우 무리하게 재감사를 받지 않고 1년 정도 시간을 주고 다음 해에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오면 거래를 재개해주는 방향으로 지난해부터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 건은 바로 결정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기심위 결정과 상관없이 오는 10월 코오롱티슈진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코오롱티슈진의 반전 드라마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임상 재개 소식이 상장 폐지 심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지만, 코오롱티슈진의 기업 존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가 핵심 수익원이지만 미국 임상3상이 언제 완료될지, 만약 시판되어도 시장성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포 변경, 암 유발 논란이 일며 업계에서 신뢰를 잃어 기술 수출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혹여나 미국에서 시판되어 국내로 역수입되더라도 처방 실적이 높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임상 재개 소식이 전해진 후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급등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가격제한폭(29.95%)까지 가격이 올라 2만 6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오롱 보통주도 전장 대비 29.75% 상승한 1만 8100원, 우선주는 30% 오른 1만 400원에 거래 중이다. 주주들은 “코오롱티슈진이 효자 역할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임상 재개에 대한) 식약처 입장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표하고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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