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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노력 먼저? 코로나19 지원 대기업 소외된 이유

장관들 중소기업·자영업만 현장 방문…대기업 자금난 갈수록 심각 징후

2020.04.10(Fri) 11:47:49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지만 주무장관들은 현장 목소리를 듣는데 소극적이다. 코로나19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충격을 주는 데 반해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간담회나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대기업이 흔들릴 경우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도 도산이나 고용불안에 빠진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분야 장관들의 일정을 살펴보면 2월 18일을 기점으로 신천지대구교회 신도들을 통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업  피해가 급증함에도 기업들과 간담회를 거의 갖지 않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에는 인천공항 현장방문(1일), 경제계 신년인사회(3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6일), 수소경제 현장 간담회(13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 간담회(15일), 에너지 업계 신년인사회(21일), 전통시장 및 복지시설 방문(23일), 에너지 시설 현장간담회(24일), 규제샌드박스 현장간담회(29일), 바이오업계 신년인사회(31일) 등 10여 차례에 걸쳐 기업인을 만나거나 산업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된 2월 이후는 현장 방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2월에는 국무회의와 국회 참석 일정만 있었고, 3월에도 국회 일정과 정부 회의나 행사에만 참석했다. 현장 방문은 3월 16일에 경기 포천의 마스크 관련 업체 방문뿐이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해운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도 마찬가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일정을 보면 2월 10일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가졌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2월 18일 이후에는 국회나 국무회의 참석, 실국장회의, 현안조정회의 등을 가졌을 뿐이다. 방역민생현장방문(3월 9일), 코로나19 대응 공공기관장 간담회(3월 16일) 등은 가지면서도 기업들의 애로에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장관은 항공·해운 위기가 커진 뒤에야 4월 8일 교통물류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렇다 보니 산자부나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을 둘러싼 효용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는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르는데 정부의 지원 대책 규모는 수백 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월 24일 대기업 금융지원 전제조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 중소기업 구제에 3670억 달러(약 447조 원)를 배정한 것 외에 대기업 등 기업대출에 5000억 달러(약 609조 원)를 지원하는 것과 격차가 크다. 독일도 중소기업 대출에 8220억 유로(약 1090조 원)를 쓰는 것과 별도로 대기업에 대해서도 4000억 유로(약 503조 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하기로 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열심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 스타트업 간담회(2월 13일)를 시작으로 공영쇼핑마스크 전달식(2월 26일), 스타트업 간담회(3월 10일, 4월 2일), 착한프랜차이즈 간담회(3월 12일),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3월 16일), 착한 스타트업 간담회(3월 19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현장방문(3월 23·30일), 지역신보 현장방문(4월 2일) 등 중소기업, 소상공인과의 만남에 주력했다.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출이나 자금지원, 세금 경감 등의 정책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벤처기업에 쏠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피해를 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 4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 18조 7000억 원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인데 대기업 대출은 한 달 사이 10조 7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8조 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에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마저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뒤늦게 대기업에도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볼 때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애로를 겪는 대기업까지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치유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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