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급증했지만, 높은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 탓에 서민 ‘쥐어짜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금리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자는 업계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9년 영업수익(매출) 9115억 원을 기록해 전년 7356억 원 대비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957억 원, 188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1.3%, 43.7% 급증했다. 임진구·정진문 SBI저축은행 대표이사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실적 배경에 고금리 가계신용대출 규모를 확대한 영향이 있다는 시각이다. SBI저축은행의 실적은 이자수익이 견인했다. 이 기간 이자수익은 78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86억 원(21.5%) 증가했다.
가계대출을 늘린 것이 이자수익 증가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은 51.58%로 전년(44.5%) 대비 7.08%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고금리 대출 규모가 컸던 점이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9년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가운데 고금리 대출 비중이 46.6%로 집계됐다. 전체의 절반 가까이가 고금리 대출에 쏠린 것. 금융당국은 20%를 넘는 금리를 고금리 대출로 보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고금리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증가 추세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조 5103억 원으로 전년 1조 1881억 원에서 3222억 원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27.1% 증가한 수준이다. 고금리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OK저축은행이 1조 8783억 원으로 전년(1조 8174억 원)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금융감독 당국의 정책기조에도 반한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기조에 대해 “금리가 여전히 높아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이 금리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당국의 고금리 기준(20%)을 상회하는 22% 금리 초과 가계신용대출 비중을 보면 SBI저축은행이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기준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22%초과 금리 대출 비중은 전년 대비 소폭(2.35%) 감소한 21.39%다. 업계 상위를 다투는 다른 경쟁사 OK저축은행(13.54%)과 한국투자저축은행(11.5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신용대출의 경우 전체 SBI저축은행 규모가 커지면서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유지하다보니 고금리 신용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신용에 제약이 따르는 차주가 이보다 열악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SBI저축은행이 22% 초과 금리 비중이 높은 것은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것과 같다. 서민들의 분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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