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현대차증권 사장의 ‘문어발’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 과다 겸직으로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가능하냐는 지적이었다. 취재 결과 신임 사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관련 등기임원 직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3월 19일 정기주주총회에 신임 대표이사(임기 3년) 선임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계열사 과다겸직 논란이 불거졌다. 신임 사장이 현대커머셜, 현대캐피탈, 해비치컨트리클럽,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트랜시스, 현대카드 등에 등기임원으로 올라 있거나 주총 직전까지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신임 사장이 과도한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으로 충실의무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과다겸직이 우려되는 것은 이해상충 문제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서다. 신임 사장이 현대차증권 주주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지배주주를 위한 경영을 펼칠 개연성이 있다. 특히 논란이 된 계열사 가운데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사여서 감시가 느슨하다는 점도 우려된다.
현대차증권이 계열사와의 거래가 전무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증권이 계열사(종속기업 제외)와 거래한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8억 원 규모다. 현대차증권의 수수료수익 1593억 원 가운데 10% 이상을 계열사가 밀어줬다.
현대차증권은 이런 시선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과다 겸직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전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모두 내려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대차증권 측 해명은 사실과 다소 다르다. 현대커머셜과 현대캐피탈, 현대카드는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취임 전인 2월에 등기임원직을 사임한 것이 맞지만, 현대트랜시스에서는 지난 3월 30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어발’ 경영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임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 아니라 해비치컨트리클럽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도 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는 지난 3월 27일 사외이사에 연임되면서 겸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해비치컨트리클럽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측에서는 3월 말 사임했지만 아직 서류 절차가 끝나지 않아 등기임원에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신임 사장의 계열사 겸직이 논란이 됐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라면서 한 연구소의 잘못된 보고서가 발단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비상장사에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을 때는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있었지만 상장사에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다 겸직하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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