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와 관련해 이 아무개 씨 등 투자 세력 4명을 구속했는데 이들을 둘러싼 기업들 이름도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들만 1차 수사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이들이 최근 2~3년 동안 주가 조작에 관여했던 곳은 10여 곳 가까이 되기 때문. 특히 최근까지 주가가 요동쳤던 곳들도 있어 시장은 ‘수사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라임 투자 받은 주가조작 세력들 대거 구속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일 라임 자금이 투자된 상장사 주식을 시세 조종해 수십억 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4명에 대해 ‘발부’를 결정했다. 성보기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라임펀드 자금이 투자된 상장업체 E 사의 주식을 시세 조종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고가에 매도해 수십억 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에 앞서 검찰은 라임과 앞서 구속된 4명이 관여된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을 잇달아 압수수색 했다. 투자금이 ‘테마주’ 주가 조작이나 기업 사냥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경기 화성에 있는 ‘디에이테크놀로지’와 울산에 있는 ‘에스모’, 전북 익산의 ‘에스모머티리얼즈’를 압수수색했다. 모두 자율주행차 부품 등을 만드는 업체들인데, 라임이 100억~200억 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검찰은 라임이 자율주행차 관련 업체들 주가 조작 의도를 알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7000~8000원대에 머무르던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018년 6월 2만 8000원을 넘어 거래됐고, 에스모 역시 비슷한 시점 자율주행차 테마 흐름을 타고 1000~2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1만 5000원을 넘어섰다. 사모펀드 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은 사모펀드라지만, 주가 조작 세력들에게 가장 관대하게 자금을 빌려주던 곳이어서 세력들이 앞다퉈 찾아가곤 했다”며 “결국 라임 자금으로 주가 조작이 시작된 것이고 이게 수사 대상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주가 요동쳤던 기업들 포함
문제는 구속된 라임 관계자 외에 주가 조작 세력들이 ‘건드린’ 기업이 더 있다는 점이다. 거래가 정지된 상태인 H 사, 스마트카 부품 회사 E 사, 최근 사명을 변경한 T 사 등 앞서 언급된 곳들까지 포함하면 10여 곳은 족히 넘는다는 게 업계 평이다.
관련 투자 제안을 받은 바 있는 CB(사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는 자율주행차 쪽으로만 진행되고 있지만, T 사 등은 강남에서 돈 좀 있다고 하던 사람들이 모두 투자했던 주가 조작 시도 기업”이라며 “이번에 구속된 사람들이 관여된 주가 조작 시도 기업들만 수사해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세력 중 상당수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라임의 투자 여부를 가려 수사하고 있지만,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모두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들 주가는 모두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 이상 급등했다가 폭락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자아냈던 곳들이다. 지난 2018년 급등세를 연출했던 T 사의 경우, 900원이던 주가가 석 달도 안 돼 5400원 넘게 거래가 이뤄졌다.
이들 뒤에는 ‘정치권’이 있다는 풍문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의 사채업계 관계자는 “직접 말할 수는 없지만 특정 기업이나 세력 뒤에 누가 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정치권까지 수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검찰 의지에 따라서는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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